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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93

어제의 치킨을 먹어본 적 있다면, 어제의 카레도. 심야식당도 내 취향. 이제 치킨은 야식을 대표한다. 예전에 아빠한테 치킨 사달라고 조르고, 성공하면 그날은 정말 특별했다. 하지만 이제 특별하지 않다. 평범해졌다. 치킨 말고 야식은 많지만, 치킨 이상의 야식은 이제 없는 것 같다. 쌀 다음은 치킨인 느낌. 그러니까 주식이 된 느낌. 당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제 치킨은 국민의 야식이 된 것이다. 치맥 페스티발이 열리고, 치믈리에 대회가 열리고,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치킨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러니 이 시기에 치킨을 이야기하는건 엄청 쑥쓰럽다. 그럼에도 치킨이 죽는 날까지 닭다리 한 점 부끄럼 없는 느낌으로 써보겠다. 여러가지 맛의 치킨이 있고, 상황에 따른 치킨의 맛은 각각 다르겠지만,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치킨은 '어제의 치킨'(이하 : 어치)이다. 혼자 한마리.. 2020. 10. 26.
여행 에세이에는 항상 음식 실패가 없더라. 포트 커피라고 해서 큰 포트에 많이 줄 줄 알았더니 그냥 작은 도자기 포트에 담긴 커피였다. 끄더운 우유가 곁들여졌다. 커피가 몹시 진해서 바로 우유를 부었다. 그리고 나온 프렌치토스트. 얇지만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웠고 진한 계란과 우유와 밀가루와 설탕의 조화가 훌륭했다. 위에 올려진 라즈베리는 알이 굵었고 메이플시럽은 진했다. 나는 히틀러가 장기투숙했다는 이 호텔을 좋아하게 되었다. 너무 힘들고 너무 좋아서 얼이 빠진 채로 창밖만 본다. 눈 쌓인 빈의 거리는 분주하다. 빨간 트램이 지나갔다. -오지은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27p 여행 에세이가 이런 건가. 이토록 훌륭하지 않은 음식에 대해서 훌륭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보니 여행 에세이는 읽은 책이 단 한 권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 2020. 10. 25.
김애란 물속골리앗. 더위를 참기 힘든 어느날에. *본 글은 2018년에 쓰여진 글로, 개인 브런치에 적었던 리뷰입니다. 그 밑에는 놀랍게도 먹을 것이 있었다. 라면 한 개와 1.5리터짜리 사이다 페트병이었다. 라면 봉지를 손으로 만져봤다. 바스락 소리를 내는 게 아무리 만져봐도 진짜였다. (...) 허둥지둥 비닐을 뜯어 생면을 입안에 우겨넣었다. 너무나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맛이었다. 이번에는 사이다 병뚜껑을 따 한 모금 마셔봤다. 꿀꺽꿀꺽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액체가 시원하고 알싸했다.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사이다를 들이켰다. 컴컴한 입안에서 작은 불꽃놀이가 일어나는 느낌과 함께 살짝 매캐한 눈물이 났다. 어둠 한 가운데서 알전구를 씹어먹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아주 짧은 순간 몸속에서 환하게 타올랐다 이내 사그라졌다. -김애란 단편 소설 [물속 골리.. 2020. 10. 23.
서울국제도서전 리커버 도서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2020년 10월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는 따로 장소가 공개되지 않아 많은 의구심을 품었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장소가 없으니, 도서를 구경하고 싶은 입장에서는 답답했었죠. 그런데 홈페이지를 둘러보던 도중에 굉장히 사고 싶은 책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고, 결국 도서전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책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 그럭저럭 만족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도서전을 기념하여 나온 리커버 도서 10종 중에 대부분의 도서가 디자인이 굉장히 잘 되어있어서, 꼭 구매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서는 그 안에 내용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표지 자체가 책을 읽는 마음을 생기게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까짓 표지가 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눈 딱 감고 한 번만 구매해보시면, 독서량이 느.. 202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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