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멜다우에 가려진 제프 발라드. 그러나 브래드 멜다우를 알지 못했다면, 제프 발라드도 알지 못했을 겁니다. 하기사 트리오나 쿼텟의 편성에 누가 들어갔는지는 재즈를 들으면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재즈는 음악만 좋으면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팝도 듣다 보면 누가 노래를 불렀는지, 노래 가사는 어떻게 되는지, 그 후의 정보가 궁금해지듯. 재즈를 연주하는 사람도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건 재즈 팬이 되기 위한 진일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프 발라드는 세션으로서 대단합니다. 칙 코리아는 오래전부터 그의 드럼 실력을 자타 공인했고, 브레드 멜다우는 '제프 발라드가 없으면 나는 재즈 연주를 하지 않는다.'라고 얘기한 적도 있습니다. 또 팻 메시니는 그의 드럼 연주를 통틀어 '가장 정교한 비트'라고 이야기했다지요. 이렇게 재즈의 그 위상에 자리 잡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치켜세우는 사이드 맨 제프 발라드가. 2019년에 본인의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합니다. 이번이 두 번째 리더 작이라고 하는데, 몰랐어요 미안해요. 괜찮다고 해주실 거죠... (?)
드러머가 리더가 되면 다 이런 것인지. 화려한 스펙트럼과 다양한 악기 해석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정확한 박자감이 재미있습니다. 어쿠스틱 악기와 전자악기가 동반되고, 장르 또한 재즈, 일렉트로닉스, 또는 아프리카 음악으로 분류될 만큼 다양한 폭의 장르를 개척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본인의 음색을 다양하게 표현함에도 전혀 이색적이거나 이질감, 또는 낯설거나 실험적이지 않아서. 그저 본인만의 음색임에도 들을만하다는 평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 다양한 음향 속에서도 전혀 거북하지 않다는 겁니다.
완벽한 사이드맨, 그러나 리더로서의 다양한 음색. 그래서 제프 발라드의 행보는 사이드맨으로나 리더로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마치. '요즘 재즈는 이 정도야.'라고 큐레이션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 그러한 그가 2019년 초 새 앨범인 <Fair Grounds>에서 자신의 장점과 관심사를 모두 드러냈다.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새롭게 창조해낸 이 세계는 재즈와 일렉트로닉, 퓨전 등 온갖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제프 발라드'라는 브랜드를 멋지게 구체화시켜냈다. 간략하게 총평하자면 '힙하디 힙하다' 정도랄까?! 10년 뒤 뉴욕 재즈 신의 지형도를 얼추 짐작케 하는 미래지향적 재즈.
-재즈 피아니스트 김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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