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기고 아름다운 드라마
지창욱 김유정이 주연으로 나오는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가 뜨거운 감자로 올랐다. 3년 전 지창욱(이하 최대현)이 고등학생인 김유정(이하 정샛별)에게 '담배 피우지 말고 좀 더 멋진 일에 청춘을 걸어보라'라고 지나가는 식으로 말하자 대뜸 정샛별이 최대현에게 키스를 한다. 고등학생인 자신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조언해준 사람은 처음이라서 입술 박치기를 했다지만 실은 최대현이 잘생겨서일 수도.
3년 후에 편의점 점장이 된 최대현은 알바도 뽑지 않고 혼자서 40시간을 일하다가 피곤에 쩔어서 알바를 뽑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매대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어느 때에 정샛별은 화창하게 등장한다. 아름다운 등장에 나는 정신을 잠깐 놓고 말았다. 여주라서 포커스가 당연히 그만큼 맞춰진 것이겠지만 저만큼 늘씬하고 화사하게 입을 필요가 있었을까. 고작 편의점 알바 이력서 뽑으러 간 건데 말이지. 실은 정샛별이 예뻐서일 수도.
편의점의 시각
편의점에 일상을 다루는 <편의점 샛별이>는 요즘 집에서 백발 자국만 걸으면 나타나는 편의점의 생태에 대해서 사뭇 가깝게 다루고 있다. [편생편사]라고 하는 짤막한 속 코너를 통해서 '우리가 민증을 계속 보고 있으니 어떠한 순간에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했다면 CCTV 자료를 공유해 상황에 따라 면제권을 달라'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또한 최샛별이 불량 청소년에게 담배 구매를 훈계하는 장면에서 '담쟁이'라는 말을 인용하는데, 이는 '편의점 매출은 담배가 반이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사실 이건 개인 주석인데, 담배 팔아서 남는 돈은 별로 없다고 한다. 오히려 담배를 사 가면서 딸려나가는 박카스나 오로나민 C, 기타 등등의 음료수가 나갈 때 더 순이익이 좋다고 한다. 지만 여하튼 <편의점 샛별이>에서 편의점 점장님을 대변하는 역할은 흥행에 비춰볼 때 매우 고무적이다.
가족끼리 보기 껄끄럽다고?
그러나 <편의점 샛별이>를 보는 데에 껄끄러운 시각이 있다. 원작 자체가 성인 웹툰을 각색한 것이기에 청소년 흡연, 오피스텔 성매매, 여자 고등학생과 남성의 키스신 같은 장면들이 공중파인 SBS에서 다루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온 국민이 보는 공중파에서 이런 음지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시청자의 의견인데.
나는 좀 다르게 본다. 이런 이야기,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암암리에 어른 세대들이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N번방에 주요 피의자들은 주로 20대 초중반의 대학생이었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 수업>은 고등학생들의 성착취 문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여고생이 몸을 팔고 담배를 사는 행위는 백번 잘못된 것이 맞다만 그것이 더 이상 감춰서는 안 될 문제로 이미 어마어마한 크기의 눈덩이로 우리 눈앞에 사건 사고로서 지배되어 있다는 말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가족 모두가 함께 보고 재미로 즐기는 것은 맞지만 브라운관을 끔과 동시에 가족이 모여 앉아 한 번쯤 리뷰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다.
고등학생도 청불을 어느 경로로나 볼 수 있는 콘텐츠 세상에 무엇을 안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랴. 부모의 입장에서는 손으로 하늘 가리기다. 내가 안 보여준다고 해서 자녀가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성인 웹툰을 원작으로 다량 각색된 <편의점 샛별이>는 가족과 드라마, 공중파의 정체성에 대해 총성을 울리는 콘텐츠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지금 변곡점에서 <편의점 샛별이> 제작진이 부디 시청자의 의견을 플롯 부분으로 수렴하지 않기를 바란다. 가던 길 그대로 가는 훌륭한 콘텐츠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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