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을 보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으며, 주관적인 감상평입니다.
잘못된 시작을 매듭짓기 위해 사람은 얼마나 또 잘못을 저질러야 할까. 내 기억에는 누군가에게 폭력, 갈취 등 범법행위를 저지른 주인공이 범죄를 덮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연달아 일으키다가 끝내 망명하거나 세탁해서 다시 잘 살았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없다.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악의적인 선택을 덮기 위해 끊임없이 악의적인 일을 저지르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인간 수업>은, 넷플릭스의 외화드라마 블랙미러 시즌4 3화<Crocodile>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Crocodile> 하나만을 빗대었지만, 블랙미러의 다양한 에피소드 중 대부분은 '범죄를 저지른 주인공이 그것을 덮으려고 또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도 희망
하지만 <인간수업>은 위에 말한 블랙미러와의 다른 점을 모색하자면, 주인공(이하 오지수)이 본인의 평범한 삶에 더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것이다. 학원비, 교통비, 식비, 등 기본적으로 청소년인 자신에게 들어갈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빠도 엄마도 없는 오지수에게 이 많은 지출은 아무리 새벽 고수익알바 택배 상하차를 뛰어도 택도 없었다. 15만 원을 받고 "고수익 알바라고 해서 지원했는데요?"라고 궁색하게 내뱉는 주인공과 임금을 담당하는 직원이 "고수익 맞잖아요. 아니에요?" 하는 장면에서, 나는 인간이 자라면서 얼마나 많은 수고와 기술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죄 없는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결국은. '아 X발 못해먹겠네!'하며 다시 오지수가 조건만남 '삼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까닭은 이 때문인 것을 다들 아시리라. '더러운 짓'이나 하는 오지수가 그저 평온하게 사는데 지장이 생겨도, 다시 '더러운 짓'이라도 해서 반드시 일어서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 말이다. 한 번의 실수와 달콤한 돈이 끝까지 뒷목을 잡아 끄는 것이다. 사실 오지수가 버는 그 돈은 부귀영화에 초점에 맞춰져 있지 않고 생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처절한 것이겠다.
누구 탓을 해야할까.
학교에서도 인싸에다가 오지수가 짝사랑하는 배규리가, 평범하게(?) 고수익 바지사장을 운영하던 오지수의 휴대폰을 훔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까. 아니면 같은 반이며 조건만남으로 용돈벌이를 하고 있던 서민희가 휴일에 블랙리스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괜찮았을까. 뜻밖에 배규리가 동업을 하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상황은 좀 더 나아졌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실타래는 절대 풀리지 않음을 알게 된다. 오답이 되어버린 오지수는 오답을 정답으로 만들려고 무던히도 고쳐나갔지만 계속해서 오답을 내며 하루하루 죽을 위험에 쳐한다. 오지수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서민희가 규칙을 계속 지켜나간다 하더라도 수면은 반드시 위로 올라오게 되어있고 누군가가 발견했을 것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애초에 누구의 탓도 할 배경이 아니었던 것이다.
돈 벌 궁리.
쟤는 조건만남으로 용돈벌이, 또 쟤는 삼촌이 담배공장에서 일해서 불량을 암거래, 미성년자도 항상 돈 벌 궁리를 한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한 가지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고등학생 때에 나는 아이템베이 (게임 아이템, 머니 거래 사이트)에서 꽤 많은 용돈벌이를 했다. 모 게임에 레벨이 높아 레벨이 낮은 캐릭터를 업시켜주거나 게임 머니로, 또는 고가의 게임 아이템으로 현금화해서 많은 이득을 취했었다. 당시 나는 PC방에 1시간 앉아있으면 3만 원어치의 게임머니를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노가다나 다름없었고, 게임이 일인지 즐기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 결국 그만두게 되었다.
미성년자는 항상 돈이 부족하고 돈을 쓰고 싶다. 쓰고 싶은 것을 넘어 남친에게 매번 담배와 선물을 바치는 서민희처럼 절박할 수도 있다. 하여 부모들은 더 열심히 일해서 풍족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용돈을 줘야 하는 건 아니겠다. 부모들은 알지 않은가. 올바르지 않은 소비가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를, 그것을 알면서도 부모도 헛돈을 쓸 때가 간혹 있다는 것을. 그래서 고등학생은 돈이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판단이 안 서니까.
다시 희망.
그렇게 죽을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 오지수와 배규리는 나쁜 짓 좀 안 하고 살려고 끝자락에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피투성이가 되어 우리를 바라본다. 경찰에게 잡혀갔는지, 도주를 잘했는지, 돈은 어떻게 했는지 그들의 전개가 궁금해진 채 <인간수업>은 끝이난다. 오지수가 배규리와 함께 어떻게든 살아남아 생을 위태롭게라도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나는 부디 다시 나쁜짓을 하면서 살더라도,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인간수업> 시즌2는 나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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