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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코로나19를 더 이상 못견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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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2월 초부터 아이와 함께 있었다. 어린이집 휴원 명령이 있기 전에 심각성을 알고 있어서 진즉에 집에서 놀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긴 전쟁이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루 종일을 그것도 몇 주일 있자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육아빠 육엄마들도 지치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3월 초부터 긴급 보육으로 오전에만 등원을 시켰다. 사실 오전에만 등원을 시킨다고 해서 바이러스에 안전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나. 나부터 육아의 질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것이 체감되기 시작했는 걸 어쩌겠는가. 하루에 1시간도 보여주지 않던 만화 시청시간이 3시간으로 늘었고, 아이는 초콜릿을 먹지 않으면 바닥에 눕기 시작했다.  

 

와이프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곧장 내가 차려놓은 저녁을 먹고 씻은 뒤 육아에 매진했다. 아이를 돌보는 와이프를 뒤로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설거지와 청소를 신속하게 마무리했다. 아참, 빨래는 세탁기가 한다지만 똥 빨래는 세탁기가 못해준다는 점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빨래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 중에 하나였다.

 

누울 시간이 되면 와이프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간다. 나에겐 자유시간을 가지라며 작은방으로 손짓한다. 이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독서도 할 수 있고, 일기도 쓸 수 있다. 그런데, 어제와 오늘은 달랐다. 자유시간이 되어 작은방에 스탠드를 켜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도카니 있었다. 아무런 사건도 없었다. 그저 너무 무기력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나를 옥죄는 느낌이었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멍하니 앉아서 읽어야 할 책들, 쌓여있는 책들과, 들어야 할 음반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속에서 무언가 꾸물꾸물 솟아올랐다. 당장 모든 것을 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고 있었다. 해서 잠옷바람으로 패딩점퍼를 걸치고 밖에 나온 시간은 밤 12시. 배고프지 않았고, 갈 곳도 없었다. 근처 놀이터 그네에 앉아 휴대폰에 저장된 재즈 음반을 틀어놓고 1시간을 있었다. 오랫동안 바깥공기를 나만 혼자서 쐬어본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바로 옆에 있는 실외 운동기구를 타면서 내 몸이 얼마나 굳은 당면처럼 뻐근했는지 느낄 수도 있었다. 그렇다. 육아빠라고 다 체력이 월등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얼마 전에는 숨쉬기가 가빠왔고, 허리에 깜짝깜짝 놀란 만큼에 통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봄을 느꼈어야 했는데, 왜 나는 어쩔수 없다는 핑계로 집안에만 있었던 것일까.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집에 왔다. 다시 서재에 들어가 봤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책을 펼쳤지만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고 집중할 수 없었다. 어느 음악을 들어도 감흥이 오지 않았다. 나는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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