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그 사람의 번아웃. (왜 티스토리를 탈퇴. 모든 SNS를 삭제했을까?)

반응형

그냥 그림판으로 끼적였습니다.

 

쓰잘데기 <포럼>

 

현재 티스토리 포럼. 티스토리 블로그 많이 해보신 분들만이 알고 있다. 쓸데없음을.

티스토리는 메인에 접속하면 <포럼>이라는 항목이 있다. 포럼에서는 블로그 소개, 팁, 공유할 생활정보 등등을 게시판 또는 방명록 형식으로 만들어놨는데. 이 <포럼>은 정말이지 하등 쓸모가 없다. 대부분의 글들을 보면 맞구독을 원하는 사람들이나 정보성 글을 포스팅하고 홍보차 적어놓거나 자신의 수익을 인증하는 게시글로 가득하다. 하여 정보를 원하는 사람은 <포럼>에서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으며. 그들이 서로 구독자가 되어 맞구독하고 댓글을 달며 친한 척 주고받아도 언젠가는 끊어지기 마련이다. 하여 나도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하고 1일에 한 번씩 내 블로그 좀 방문해달라며 맞구독한다며 애원 비슷한 홍보를 했었는데 실로 부질없었다. 그중에 남는 사람이 몇 없었고, 그렇게 맞구독한 사람들은 나와는 정반대의 카테고리를 작성하고 있었으니 내가 들어가서 관심이 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중엔 부동산, 해외여행에 대한 분야를 갖고 있는 블로거도 있었지만, 애드센스 승인이 나자마자 환호의 포스팅을 한 건 올린 뒤 야한 웹툰 홍보글을 올리거나 어그로성 보험 글들을 도배하는 악성 블로거도 있었다. (악성이라는 말은 좀 지나치긴 합니다만) 수익을 위해서 마음과 손가락을 다 바치는 열혈 디지털 노마드였다.

 

하여 나는 다음 포털 사이트에서 내가 관심 갖고 있는 분야인 독서와 영화 부분에 특정 영화, 특정 책들을 리뷰한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간 내 찾아서 꾸준히 포스팅하는 사람들을 골랐다. 그렇게 해서 구독 버튼을 눌러 나만에 피드를 만들었고, 거기서 유용한, 또는 재미있는 글들을 받는 재미에 살고 있다.

 

한 명의 블로거. 왜...

어느 날 그중에 한 명의 블로거가 돌연 티스토리 블로그를 삭제했다. 그가 링크를 걸어두었던 홈페이지, 트위터, 브런치 모두 삭제되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샅샅이 뒤져보고 안부라도 듣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손꼽아 기다리던 잡지 하나가 폐쇄된 느낌은 감출 수 없었고, 한동안 블로그를 하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 내가 뭐하는 것인가 싶더라는 것이다. 

 

그 사람도 그랬을 것이다. 2020년 신년을 다짐하며 우리 매일같이 하나의 글을 올리면서 살자고 무언으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세 달 네 달이 지나자 조금 쉬는 날도 있었고, 몸살로 허덕임을 밝힐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꾸준함은 서로가 끈끈하게 유대관계로 얽혀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쓸 내용이 없었던 것인지 이렇게 잠적해버린 것이다. 

 

왜 지워버리셨나요. 

 

SNS... 굳이 다 폭파하시다니요. 단지 실수라고 해주세요... 네?

사실 쓸 내용이 그 사람에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밝힐 여러 군데의 포맷(브런치, 홈페이지, 티스토리)을 개설하고, 감성적인 문구와 감성적인 사진들로 보는 사람의 마음에 어떤 따뜻함을 채워놓았던 그 블로거는. 할 말이 지금도 아주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썼던 날들이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커피를 한 잔 내려놓고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글 쓸 구상을 하니 어떻게든 머리가 아픈데, 쓴다고 뭔가 이루어지는 것도 없고, 성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닌 것 같으니 답답했을 것이다. 

 

또는 자신을 쳐다보는 냉대한 시선을 견딜 수 없어서 이기도 하겠다. 지나친 악플이야 있을 수 있었겠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다. 만약 내 지인이 나의 티스토리와 브런치를 파도타기 한다면. 그래서 나의 글에 대해 사사건건 들춰보고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고 뒤에서 속닥속닥 한다면. 생각만으로도 소름 돋고 불쾌한 일이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내면의 것들을 이제 그만 보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 또한 블로그에 나의 사진을 올리고 내 지역을 공개하고, 내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지나치다시피 나의 일상을 블로그에 써 내려간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꾸준히 써왔던 일상들이 어느샌가 공유당하게(?)되어 지인에게 폭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내 일상과 내 사진이 공개된 블로그는 따로 두었고 그 블로그는 굉장히 뜸하게 올리고 또 그럴 수밖에 없다.(이 블로그에 1일 1포스팅을 하기로 했으니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는 단행본을 내는 작가의 꿈으로 들어섰는지도 모른다. 돌연 모든 인터넷 사회망을 모두 끊고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런 방법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만. 블로그 이웃들에게 안부 하나 적어주는 것이 그토록 아무랬을까. 나는 조금 슬프다. 그런 이유라면 흔쾌히 마음을 정리하고 단행본을 내는 이웃을 기다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당신은 그래도 쓸 것입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는 아직 현실에 남아있다. 코딩을 설명하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이런 내레이션이 있었다. "코딩을 외계인에게 설명한다면 지구인으로서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인간이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는데, 그 안에 또 다른 지구가 있습니다.'라고요." 그는 비록 SNS를 전부 끊어냈지만, 현실 세계에선 남아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차피 글을 쓴 운명은 다시 못 벗어난다. 조만간 다시 뵙게 되기를 기약하며. 티스토리나 네이버 블로그, 기타 블로그를 꾸준히 적어 내려 가는 사람들에게 폐쇄를 한 껏 만류하고자 이 글을 바친다. 폐쇄하지 마시라. 꾸준히 못 쓴다 할지라도 누구도 실망하지 않는다. 실망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다. 그리고 언제든 다시 시작하면 된다. 글을 써본 사람은 글을 안 쓸 수 없다. 그러니 인생을 지워버리자고 애써 시간을 투자한 포스팅을 폭파하지 말기를 바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