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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결국 어린이집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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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기에 발견되자 2월 중순부터 어린이집 휴원 발령이 나기도 전에 계속 끼고 있었는데요. 비상사태에 이르기 전에 마스크를 와이프가 20여 개정도 구매한 상태라서, 저는 다행히도 주 5일 마스크니 뭐니 해도 마스크를 찾아 방황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아이의 기분에 따라 밖에 나가는 일이 많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확진자가 아직은 10명 미만으로 그 수도 비교적 적지만 버스 세 정거장 지나면 곧바로 위험지역이라 버스를 타기도, 택시를 타기도 두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여 주변 놀이터와 동네 구멍가게만 들락날락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오늘은 아이 어린이집 등원중에 한 고등학생이 지나가면서 친구와 통화를 하더군요. 아침 11시에 일어나 밤 11시까지 미드를 봤다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고 이제사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문득 슬퍼졌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어린이집에 보내다니, 마치 제가 못난 아비가 된 것 마냥 부끄럽습니다. 제대로 놀아주지 못하는 아빠가 된 것 같아 속상합니다. 때때로 부모들은 그런 죄책감이 잠시 몰려옵니다. 내가 아이를 이토록 사랑하면서, 하루 종일 끼고 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아이를 사랑하는데 왜 계속 돌봐주지 못하고 힘이 부치기만 한 것일까.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왜 나는 계속 아이 앞에서 피곤하기만 한가. 컨디션 말고도 다른 쪽으로도 속상한 것이 또 있습니다. '돈'입니다. 조금만 더 보태면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사 줄 수도 있고, 더 안 아프고 괜찮은 예방접종 주사도 맞을 수 있으며, 더 맛있는 것도 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 그렇게 하지 못하는 편이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의심합니다. 내가 정말 아이를 사랑하긴 하는 걸까.

 

만약 혼자만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서 더 우울감에 젖고 있다면, 걱정하지 말아 주세요. 거의 맨날 계란밥이나 김을 먹이는, 할 줄 아는 거라곤 동화책만 읽어주는, 아직 소변 가리기도 작심 것 못하는 4살 아들의 아빠인, 제가 있잖습니까. 저 말고도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죄책감 또는 무기력함에 사로잡혀 있답니다. 정신 전문가 정우열은 아빠이면서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그는 첫째 딸에게 얼마나 애착이 강했는지 36개월 동안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꼬박 끼고 지냈으며, 기저귀도 천기저귀만 썼다고 합니다. 아이 키워보신 분들은 기저귀 갈아주는 번거로움이 생각 외로 얼마나 큰 지 아실 겁니다. 그런데 보통 기저귀도 아닌 빨아서 쓰는 천 기저귀라뇨. 아빠로서 말 다한 겁니다. 정말 성실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도 둘째가 생기고 육아의 부담이 배로 늘자 뱃살은 점점 늘어가고 머리는 점점 빠지며 우울증이 동반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정신과 전문의에다가 책도 출간했는데 말이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 모든 엄마 아빠는 부모님 이전에 인간이라고, 사람이라고, 잠을 자야 하고, 식사를 해야만 한다고. 그래서 모든 우울증이 걸리는 원인의 80%는 숙면하지 못함과 제때 식사를 하지 않음이라고, 그 두 가지를 만족하면. 비로소 우울증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우울증이 심각한 사람을 데려다 놓고 심리 상담으로서 끝을 바라보는데 호전되지 않는다면 최후의 보루로서 그에게 평소 먹고 싶었던 음식,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 바라 왔던 음식을 차려준다고 합니다. 과연 맛있게 먹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음식 앞에서 사람이 엉엉 울부짖는다는 겁니다. 자신에게 너무 미안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어서. 쫓기듯 살아온 자신을 원망하고 싶어서 운다고 합니다. 

 

그러니 수많은 양육에 잣대에 억눌려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반찬도 잘해야 하고, 집 청소와 놀이도 잘해야 하며, 항상 아이에게 다정할 수 없음을 일찍이 선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정 보육하시는 분들은 자금이 여유가 있다면 파출부도 쓰고 하시는 것 같던데, 모두가 그럴 순 없습니다. 또 클래식 음악을 부모가 좋아하면 모르겠지만 안 좋아하는데 클래식 음악이 교육에 좋다고 거실 가득히 틀어놓고 얌전하게 키우는 것은 역시 어패가 있습니다. 엄마 아빠 기질대로 간다고, 뛰어놀고 싶어 안달나거나 에너지를 주체 못 하는 성질이라면 클래식이고 나발이고 음반을 다 부수지 않으면 다행이겠습니다. 일찌감치 많은 것들을 내려놓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제 한 숨 내려놓습니다. 

 

뭐... 하지만 그것은 어쨌거나 나의 인생입니다. 내가 좋자고 하는 행동들이 나만 좋아선 안 되겠지요. 내가 아이를 양육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부모의 컨디션입니다. 아이에게 모든 걸 바치겠다며 나 자신을 망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정우열 저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도 사람입니다. 

 

코로나 19로 하루 종일 아이를 끼고 생활하시는 여러분들 고생이 너무 많습니다. 집안에 있는 교구들을 꺼내 비로소 우리 집에 이렇게 갖고 놀 장난감이 많았나 생각도 들 겁니다. 저도 어제는 집안을 정리하다가 찰흙 한 통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소소한 즐거움을 마음속에 깊이 품고 두 배 세 배로 넓혀보세요. 인생은 생각 외로 살만하며, 아직은 괜찮습니다.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그대 주변에 어린이집은 코로나가 다가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퍼지고 있는 와중에도 어린이집을 보내버린 죄책감에 주절주절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봅니다. 패배감을 느끼지 말아야겠습니다. 하원 하면 더 알차게 놀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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