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하건대, 언젠가는 내가 당신의 자살을 막은 것을 용서해주면 좋겠다. 나는 그 순간 살아야 했고, 당신을 살려야만 내가 계속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아직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 배를 타고 있다. 그것마늠은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이다.
죽은자의 방을 말끔하게 청소해야하는 '특수 청소부' 김완, 학창시절에 시를 쓰고 싶어 도전하다가 여기저기 해외로 건너 살아 도쿄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고 국내로 돌아와 특수 청소 회사를 차려 죽은자의 방을 청소하는 일을 하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쓰던 물건, 핏자국, 오줌자국, 냄새까지. 죽은사람의 모든 흔적을 완전히 깔끔하게 없애는 일. 누군가 홀로 죽으면 일이 시작되는 서비스. 그리고 이제서야 수많은 언론들이 조명한 특수청소부에 대한 에세이 입니다. 이 에세이는 보통의 에세이처럼 감성적인 에세이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안타깝고 분노하게되며 끝자락에서는 결국 눈물이 터지고 결국 책을 덮을때 삶을 성찰하게 되는 이상한 순간을 맞닥드리게 되죠.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김완의 이야기는 다채롭습니다. 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자신이 지금 죽으면 청소 비용이 얼마나 드냐고 전화로 물어보는 사람, 그것들을 경험하고 또 청소하며 직업으로서 느낀 직업병, 이를테면 귀신에 대한 환상에 이야기 까지. 겉면으로 봤을때 힘들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꺼리겠다 싶은 세간에 관념에 대한 답변부터 자신이 갖고 있는 엄청난 멘털정신까지. 그대로 써내려갔습니다.
그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 삶에 산적한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다. 내 부단한 하루하루의 인생은 결국 쓰레기를 치우기 위한 것일까? 이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간다. 해답도 없고 답해줄 사람도 없다. 질문이 또 다른 질문을 끊임없이 초대하는 세계, 오랜 질문들과 새로운 질문들이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건배를 제창하는 떠들썩한 축제 같다.
고독사가 익숙한 요즘입니다. 실제로 고독사의 실태는 늘어만 간다고 하는데요. 생각만 단편적으로 하자면 삶을 얼마 안남긴 어르신이 집에 소주병 네다섯개를 먹고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자살하는 모습만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완작가는 그런 동정할만한 사건 정도로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노인 뿐만 아니라 중장년 그리고 청년까지 계층도 다양하고. 생전 일상을 유츄할 수 있는 여러 유품을 치우면서 삶에 대해 사색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 이야기가 다채로워 대체로 먹먹하게 합니다.
작가는 이 책이 탄생한 이유가 "누군가의 죽음을 돌아보고 의미를 되묻는 기록이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기전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간가는 직업적 아이러니로 죄책감을 글로 씻어낸다고도 밝혔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이 가치없이 느껴지는 분들에게 소중하게 느껴지게 할 수 있도록 바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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