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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 소설 에세이

김성중 국경시장 줄거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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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동네서점 베스트컬렉션


나와 주코, 로나는 긴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P국으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출입관리소에 관리인이 오래동안 부재중이자 우리들은 내일 다시오자고 하며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강을 따라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는데, 문득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풍경이 아까와는 사뭇 다르고, 길도 점점 좁아지는 것이, 지도를 봐도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상태에 이릅니다.

 

 

그래도 노숙을 안하려면 어떻게든 숙소를 찾아야했는데, 걷다보니 커다란 보름달 아래 강에서 벌거벗은 소년들이 고기를 잡고 있습니다. 주코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묻습니다.

 

"얘들아, 여기 요기할 만한 데가 없을까? 우리가 저녁을 못 먹어서 말야"

 

그때 그 무리에서 가장 큰 소년이 신중한 눈빛으로 훑어보더니 한참 후에 말합니다. 국경시장에 뭐든지 다 있다고 말입니다. 30분쯤 보트를 타고 강을 지나자 커다란 신전 입구같은 곳이 등장합니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온갖 노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만물상들이 즐비합니다.  식당을 찾은 우리는 고기전골과 해물죽, 과일 조림을 개걸스럽게 먹습니다.

 

문제는 계산인데,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N국의 화폐를 내밀어도, P국의 화폐를 내밀어도 전부 받지 않았습니다. 난처한 차에 갑자기 누군가가 대신 값을 지릅니다. 돌아보니 중국식 상의를 차려입은 키작은 남자입니다. 여기서는 화폐가 필요없다며 환전소로 안내하는 중국 남자의 지갑에는. 어른 손톱만한 크기의 누런 반투명 조각이 있었습니다.

 

"강 상류에서 잡히는 물고기 비늘입니다. 열 다섯살 미만의 소년에게만 잡히는 진귀한 물고깁니다. 산 채로 튀겨내면 비늘 하나하나가 곤두서서 떼어내기 좋은 상태가 되죠, 듣자니 비늘만 쓰고 몸통은 버린다고 하더이다."

 

나는 이처럼 허무맹랑한 소리는 들은 적이 없어서 황당해 하는데,

주코는 호기심이 생겼는지 다음 이야기를 남자에게 제촉합니다.

 

"이 물고기 비늘은 오직 그 사람의 기억과 맞바꿀 수 있을 뿐입니다."

 

환전소에 도착하자 남자는 앞장서서 들어갑니다. 환전상은 솥에서 튀겨낸 물고기를 도마위에 올려서 비늘을 훑어 주머니에 옮겨 담고 있었습니다. 로나와 내가 머뭇거리는데 주코가 앞으로 나섭니다. 언제의 기억을 파시겠냐고 환전상이 묻자 주코는 머뭇거리기 시작하는데, 대게 첫 거래에서는 출생부터 두 세살 까지의 기억을 판다고 알려줍니다.

 

그렇게 기억을 팔게된 주코는 비늘 돈 주머니를 받게되고, 중국남자는 수수료를 챙겨 돌아갑니다. 정말 이 비늘이 돈 구실을 할 지 미심쩍은 우리는 첫 방문으로 고서점에 갑니다. 비늘 다섯개로 희귀본을 사게된 주코는, 정말 모든 것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자 갑자기 흥분해서 서점만 보면 달려들었고, 비늘은 금세 바닥이 납니다. 그러고는 또 환전소에 다녀온 주코는 기세 좋게 말합니다.

 

"자! 돈이 있으니까 또 돈을 써보자!"

 

로나와 주코는 골목을 누비면서 닥치는 대로 물건을 사들였습니다. 또 그간에 슬프고 우울했던 기억과 지루한 삶을 모두 팔아버리고 물고기 비늘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한편 보름달의 밝기는 점점 더 밝아졌고, 국경시장도 거대하게 부풀기 시작합니다. 더 많은 상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모두가 즐겁게 만월의 밤을 즐기는데, 나 혼자만 마음이 동요하지 않습니다

 

로나와 주코 둘 다 낭비가 심했지만, 유독 지출이 심한 주코가 여러 노점의 물건을 전부 사버립니다. 게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물건을 마구 퍼주는데, 이런식으로 주목받는 것이 싫었던 나는 로나만 따로 불러서 광장 카페에 가 있을 테니 끝나면 데리러 오라고 이야기합니다. 로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비늘을 또 한움쿰 쥐여줍니다.

 

노점을 지나치고 광장을 걷다보니, 그래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하나쯤 사보리라 생각하며 노점을 둘러봅니다. 마침내 그런 상품을 찾아냈는데, 어린이 잡지 부록으로 딸려나온 가면 만들기가 그것이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 내가 최초로 만들었던 이 가면은, 가위로 어머니가 오려주고, 고무줄을 달아 완성하는 가면이었습니다. 오른쪽 고무줄이 떨어져 어린시절 울었던 그 기억까지 그대로 살린듯한 가면을 나는 구매하려고 하지만 뜻밖에도 값이 매우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기억을 사기 위해 기억을 팔아야하는 이 아이러니에 고개를 저으면서 말이죠.

 

하지만 결국 가면을 살만한 양의 기억을 비닐로 환전하고 가면을 구매합니다. 그러고 또 남은 돈으로 시장에 가서 음식을 시켜 먹고, 술도 마시는데,

 

갑자기 먼 길가에서 중국식 옷차림의 그사람이 시체로 굴러다니는 것을 발견합니다. 안좋은 상황임을 짐작한 나는 로나와 주코를 찾으러 갑니다. 어느새 왁자지껄했던 시장이 점점 한적해지고 관광객의 숫자도 현저하게 줄어들어 나의 불안감은 커져만 갑니다.

 

마침내 인형을 파는 진열대에서 로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로나는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합니다. 오히려 나를 보며 겁먹은 표정이 되어버린 로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사진만 건네줍니다. 사진은 로나와 내가 여행중에 함께 찍었던 사진이었고, 뒷면에는 편지가 적혀있었습니다.

 

"이 종이를 읽을 때 쯤 나는 너를 알아보지 못할 거야. 기억을 모두 팔아 이 가게를 샀거든."

 

"다음 만월에 나를 만나러 와줘."

 

나는 주코라도 찾아야해서 가장 높아 보이는 건물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지붕 위로 올라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곳곳에서 파장의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 가운데 주코가 환전상과 실랑이를 하는 것이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붕에서 내려와 정신없이 주코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지만 주코의 모습은 없고 책으로 가득한 가방이 버려져 있습니다.

 

기억을 전부 소진한 주코는 물고기를 직접 잡으려고 강에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열다섯살 미만의 소년에게만 잡히는 물고기였고, 기억을 잃어버린 주코의 육체는 헤엄치다가 결국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에게 사지가 뜯겨 핏물속에 포말로 사라집니다.

 

국경시장의 먹이사슬을 목격한 나는 무력한 공포에 사로잡혀서 달이 저물기 전에 시장을 빠져나가야 겠다고 다짐하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합니다.

 

국경시장에서 탈출한 나는 간밤에 먹었던 음식을 모두 게워내고 풀숲에서 잠이 듭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어제와 비슷하게 달이 빛나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국경시장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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