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1cm 다이빙> 등. 요즘 유행하는 에세이는 거의 위로의 말을 하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불안과 우울 속에서 지내고, 하루하루 발전하는 삶을 살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대방의 눈길만으로도 위안을 받은 적이 있는가. 아마 성인이라면 학창시절에, 혹은 아주 우울한 어느 날에 "요즘 괜찮으세요?"한마디에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우르르 쏟아낸다거나, 말없이 눈물을 흘린 적이 있을 것이다. 별말이 아닌 것 같지만 이 질문하나 가 거의 죽어가는 사람에게 심폐소생기 같은 역할을 해준다고 정혜신은 말한다.
타인의 시선에 맞추려고 발버둥치고, 고객과의 주고받는 말들 속에서 억지로 참아내며 미소를 짓고, 항상 고효율과 매출에 따라가는 회사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쉴 곳이 없어 발버둥조차 치지못할 때, 개개인은 어쩔 수 없이 무시되고 만다. 이처럼 팍팍한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에 3명 중 1명은 우울증이라는 말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가는 것이 정말 괜찮은 것일까.
정혜신은 일반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물론 트라우마 피해자와 CEO까지 각층에 다양한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어주며, 우리 사회가 곳곳에서 무너지고 상처바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심리적 CPR(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울을 견딜 수 없을 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증상을 알아채기 어려우며, 우울증을 겪고 있는 당사자조차 그 낌새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누구라도 심리적 CPR의 행동지침을 배울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람이 죽는 경우가 물리적으로 높은 층에서 떨어지거나 손목을 긋는 행위가 아니더라도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실전 방법인 것이다. 위에 말했던 위로를 남발하는 책들보다 좀 더 명확하고 전문적이다. 물론 에세이와 심리학의 카테고리 차이이지만 말이다. 이왕이면 앞선 책들보다, 위로받고 싶고, 좌절과 무기력을 극복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에서 말하는 심리적 심폐소생술이란 결국엔 그가 위치한 바로 그곳을 정확히 짚어내어 무기력한 상황위에 우박처럼 '공감'을 퍼붓는 것이다. 사람을 구하는 방법은 가만히 듣고 있고 있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하는 일이라고 간단히 설명하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정하게, 명확히 상대방을 알기란 얼마나 힘든가. 또 고민을 토하는 나를 상대방이 알아주고 있다는 생각을 얼마나 갖기 힘든가. 그래서 그런지 전문가이자 저자 정혜신의 문장들은 매번 간결하면서도 속 깊이 들여다보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눈을 포개어 상대방을 바라본다.' 던 지, '묵묵히 받아들이며 뚜벅뚜벅 통과하는 중'이라던지, '언제나 나를 놓쳐선 안 된다. 언제나 내가 먼저다, 그것이 공감의 중요한 성공 비결이다.' 라던지.
<당신이 옳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조금씩 읽다보면 나 자신의 마음이 읽는 만큼 조금씩 조금씩 넓어지는 마음이 든다. 포근해지는 마음씨가 된달까, 혹은 조금 더 선량해지는 마음이 든달까. 우리가 듣는 우울한 감정이야 매번 거기서 거기겠지만, 말하는 사람에 존재에 충실해주고 평가하지 않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눈길을 보내다 보면 마침내 고민을 상담하는 사람은 어느 상황에서건 '내가 옳았다.'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정말 고맙다.'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책으로 위로를 받는 것도 좋았지만, 어떻게 위로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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