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세이는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묵직한 문제들을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시각에서 풀어낸 에세이입니다. '나는 정말 잘 쓴 에세이를 읽고 싶다.' 하는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그저 암울한 책을 골라보고 싶었던 제 개인적인 욕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죽음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냥 그중에 가장 이색적인 주제를 제목으로 골라 쓴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인간이 죽음 앞에 놓였을 때 비로소 인생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죽음을 진심으로 대면한 사람은, 죽음 자체가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고 얘기합니다. 흔히 죽음의 경험 앞에서 사람은 단출해지고 또 소소해지죠, 죽음을 앞둔 사람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이런 글도 나오지 않았을 텐데, 또 이런 경험들을 글로 적어나가니 실로 예리한 포인트를 적어 내려갔다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절에 아침을 열 때는 공동체와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첫째, 이미 죽어 있다면 제때 문상을 할 수 있다. 줄 때, 죽음이 오는 중이라면, 죽음과 대면하여 놀라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죽음이 아직 오지 않는다면,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보다 성심껏 선택할 수 있다. 넷째, 정치인들이 말하는 가짜 희망에 농락당하지 않을 수 있다. 다섯째, 공포와 허무를 떨치기 위해 사람들이 과장된 행동에 나설 때, 상대적으로 침착할 수 있다. 그렇게 얻은 침착함을 가지고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생과 이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거다.
-책 중에서.
김영민 교수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입니다. 그 교수라는 직함 아래. 자신의 일상과 학교에서 있었던 잡념들을 이야기로 녹여낸 첫 에세이입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결코 죽음만을 통틀어서 아울러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결혼, 전통, 경제, 이슈에 대해 사회문제를 깊이 비판적으로 의식할 뿐만 아니라 피식 웃게 하는 풍자하는 힘이 놀라운데요. 설거지부터 무협지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비교적 저렴한(?) 일상다반사에 대해서 통찰력 있게 풀어갑니다. 그중에 또 훈훈했던 것을 소개해보고자 하는데, 바로 새해 다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새해에는 아주 단기적이나마 거창한 목표를 세웁니다. 또는 거창하지 않더라도 소소하게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목표를 크게 잡고 3월이 되는 지금까지 목표를 향해 꾸준히 못했거나 달성하지 못했다면 이로 인해 상실감이 클 겁니다.
이때 저자는 '소소한 근심하기'로 다른 관점에서 인생을 바라보길 권유합니다. 소소한 근심을 하고 있으면 결과치에 대한 기준을 낮게 잡을 수 있는데, 기대를 이미 낮췄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고, 허들 자체도 낮아 그것을 극복했을 때 더 건강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또 그런 건강한 성취감은 큰 근심을 사라지게 해주는 효과도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근심이 자칫 부정적인 생각을 증폭시켜 눈덩이처럼 근심이 불어난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이런 '소소한 근심만을 갖기.'로 나에게 행복을 주고, 이를 중요하게 여겨 삶을 조절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저자는 뭐가 그리 뒤틀린 건지 계속 비꼬고 반대로 생각합니다만, 그 생각들이 결코 진지하지 않아서 읽는 동안 부담이 없었던 에세이입니다. 앞서 적었지만, 쏟아지는 책들 중에 어떤 도서를 골라야 할지, '나는 정말 제대로 된 에세이를 읽고 싶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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