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아티스트&음반

신제현 초콜릿 비누 설탕 만다라, 현대 미술계의 혼종.

반응형

최근 이상한 아티스트를 알게 되었다. 이미 유명해진 지 오래인데 내가 그간 알지 못했다. 아마 예술 쪽에 종사하거나 혹은 관심 있어하는 사람들 말고는 이 작가, 신제현에 대해서 잘 모를 것이다. '설탕 만다라' '발화하는 단어들' 'X액 비누'로 이 작가는 유명하다. 

 

신제현 작가

 

비누 프로젝트 (LOVE Soap Project)

등급별로 나눈 비누

 

쓰레기 만두 파동, 가습기 파동, 계란 파동 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제품들에 발암 물질 혹은 쓰레기가 들어가 있다는 데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출발한다. 가습기나 계란뿐만 아니라 비누 안에서도 수많은 발암물질이 존재하는데, 기업들이 이것을 유통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전부다 누락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환경 마크가 붙어있는 계란에서 가장 살균제가 많이 나온다고. 하여 작품을 생각하던 중에 우연히 같은 시기에 스위스 논문에 '남자의 X액이 피부에 좋다.'는 정보를 읽게 되고, 결혼정보회사에서 회원들을 등급별로 매긴다는 정보가 유출되어 논란이 되고, 마침 자신의 집에 세탁기 뒤에 비누가 떨어져 5년 동안 방치되었지만 썩지 않은 비누를 보게 된다. 그 순간 한꺼번에 모여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제현 작가는 직접 결혼정보회사의 등급에 맞춰서 남성들의 올챙이가 들어간 그것을 구하고, 그것을 비누로 만들었다고.(...) 그렇게 등급화 된 비누는 등급에 따라 다양한 가격에 판매도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작가가 그것을 써봤는데 피부가 매우 좋아졌다고. (......) 그런데 1등급 비누가 2백만 원에 가깝다고 하는데 실제로 판매가 되었다고 하는데, 인기가 많았는지는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의 '그것'은 감춰야할 것 같고 숨겨야 할 것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가장 퓨어한 것이었으며. 온갖 발암물질이 들어간 비누는 그렇지 않다는 사회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신제현은 소개한다.

 

발화하는 단어들

발화하는 단어들

초콜릿으로 글씨를 쓴다. 그걸 핥아먹는다. 그것을 영상으로 찍는다. 거꾸로 되돌리게(Reverse) 편집한다. 하여 영상은 혓바닥으로 글씨를 쓰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그 글씨는 초콜릿이다. <발화하는 단어들> 시리즈는 매우 다양하다. 신제현이 전시할 때마다 언어들도 다양하고, 초콜릿을 바르는 신체부위도 쇄골, 등, 이마, 발목, 또는 유리창(?) 등 다양하다. 어떻게 저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냐는 말에 신제현은 흐흐흐 웃는데. 신제현이 5년 전에 출연한 <아트 스타 코리아>에서 어떤 패널은 '진짜 한방 때리고 싶다.'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여하튼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좀 더러운 것은 사실이나. 작품을 보다 보면 벗은 몸에 초콜릿을 핥는 장면은 좀 그렇다...고(?) 생각될 순 있으나 거꾸로 돌아가는 장면이기에 섬뜩한 면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설탕 만다라

설탕 만다라

불교에서 불도의 경지를 나타내는 원을 '만다라'라고 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있다. <설탕 만다라>는 신제현 작가가 자신만의 만다라를 설탕으로 촘촘히 구성하는 작업방식인데, 이 설탕 만다라는 불교의 법도, 경전 같은 것들을 써 내려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예술 고민, 또는 철학을 마인드맵처럼 얽기 설기 모래 형식으로 적어놓는다. 설탕을 통해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나 우리나라의 지난한 역사를 엮어 문구와 도형으로 풀이하는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렇게 적어놓기만 하면 그럴싸한데 물을 수조에 가득 채우고 만다라 중심에 놓아 수조에 작가가 직접 들어가 넘침에 따라 설탕이 점차 지워지는 퍼포밍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설탕 만다라는 자신이 알고 있는 유명한 미술관과 예술을 지양하는 아티스트들을 열거했는데, 작가 본인이 수조에서 발버둥 치면서 물방울이 수조 밖으로 튀어나가면 수조 밖에 설탕들이 한 방울 한 방울 머금으며 점차 지워진다. 하여 현대 예술을 하며 자신이 겪언던 고난이나 역경 등을 표현했는데. 이러한 퍼포먼스는 신제현의 가장 주된 특기이기도 하다. 

 


 

가장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을 되도록이면 배우지 않은 선에서 신선하게 관객에게 자극시키려 노력하고, 또 그 퍼포먼스가 굉장히 신선한 에너지로 다가온다고 하는 신제현이다. 그가 설탕과 초콜릿, 그리고 남성의 그것으로 굉장한 인지력을 상승시킨 것은 맞다. 하지만 너무 그로데스크한 아이러니에 초점에 맞추다 보니 더욱 음지에 있거나 작가 본인이 괴상하게 이미지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개인적으로 느낀다. 앞으로는 좀 더 대중적인 재료와 이미지들로 전시전에서 뵙길 희망해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