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부분 대형서점으로 중고책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알라딘, 예스 24, 교보문고에서 중고책을 판매할 수 있는데요. 그 대형서점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제가 그때의 이야기를 몇 번에 걸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제 여섯 번째입니다.
1. 신중하게 파세요.
2. 남의 책을 팔지 마세요.
3. 판돈으로 꼭 다시 책을 사세요.
4. 책을 함부로 대해주세요.
5. 웬만하면 폐기하지 마세요.
6. 모든 것을 응대할 수 없습니다.
7. 재미있었던 서점 근무.
제가 일하던 서점은 아침 아홉 시부터 저녁 아홉 시까지 하던 중고서점이었습니다. 대형서점이었기 때문에 오픈 시간과 마감시간을 따박따박 치켜야 했고, 여러 가지 정황상 고객님의 편의를 변수적으로 봐드릴 수가 없는 서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 어이! 거기 직원분! 날씨가 너무 추운데 먼저 들어가 있으면 안 될까? 아무것도 안 보고 그냥 앉아 있을께. 응?
나 : 아홉시에 오픈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조금 기다려 주시겠어요?
고객 : 그거참 되게 빡빡하게 구네. 책이랑 정반대잖아... 무슨 서점이 이래?
나 : ???
책과는 정반대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이 관대하다는 뜻일까요, 제가 빡빡하다는 뜻일까요.
본래의 규칙을 어기고 행동하는 고객은 반드시 본인의 이득만을 위해 행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절판된 도서, 음반, 블루레이를 사려고 새벽부터 아침 아홉 시까지 줄을 서는 고객도 있습니다. 차례대로 입장하려고 1등으로 먼저 서 있었는데 오픈하자마자 뒷사람들이 우당탕탕 순서를 무시하고 난입해 계단 초입부터 도미노처럼 사람들이 넘어지는 것은 물론이오. 서로 내꺼라고 옥신각신 하다가 음반이 부서지기도 합니다. 폭언과 폭행, 동전 뒤집기, 가위바위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사람들의 다툼은 치열합니다.
물론 그날 밤에도 매일같이 오시는 폐지 할머니를 도와드렸습니다. 단행본을 어찌나 길에서 잘 주워오시는지. 그리고 중고서점에 폐지가 이렇게 많은 걸 어떻게 아셨는지. 매번 책을 팔고, 또 폐지를 가져가십니다. 조용히 매장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저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전화번호는 또 어떻게 아셨는지 휴무 때에 전화를 하시면서 "계좌번호 불러라. 그 매장에 있는 음반 좀 맞아달라."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고객과 친해지는 일은 행복했지만, 때론 너무 버겁고 무섭기도 했습니다.
위에 소개된 두 권에서 서점인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어느 정도 예상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서점 직원을 붙잡고 자신의 취향을 이야기하며 추천 도서를 꼽아달라고 합니다. 또, 자신의 아들 딸의 여름방학 필독도서 목록을 뽑아와 일일이 찾아주기를 바라는 분도 꼭 계십니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만화 [있으려나 서점]의 멘 마지막엔 이런 질문을 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책이 있나요?"
온갖 시시껄렁한 질문에도 추천도서를 나열하던 만화 속에 서점 주인은 이 질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책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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