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부분 대형서점으로 중고책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알라딘, 예스 24, 교보문고에서 중고책을 판매할 수 있는데요. 그 대형서점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제가 그때의 이야기를 몇 번에 걸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 네 번째입니다.
1. 신중하게 파세요.
2. 남의 책을 팔지 마세요.
3. 판돈으로 꼭 다시 책을 사세요.
4. 책을 함부로 대해주세요.
5. 웬만하면 폐기하지 마세요.
6. 모든 것을 응대할 수 없습니다.
7. 재미있었던 서점 근무.
중요한 건 내 머릿속에 들어왔느냐. 이거 아닐까요?
책을 판매하시는 분들 중에 이런 말을 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아... 이거 내가 밑줄을 그었구나..."
"어머, 이거 얼룩 아녜요."
"그거 조금 찢어진 것 갖고 그래요?"
"네? 이게 얼마나 좋은 책인데..."
아주 오랫동안 서재에 있다가 나온 책들, 드디어 주인님에게 보여드릴 기회가 왔다 싶은데 그대로 중고서점으로 직행. 안타까운 친구들의 행보는 여기서 또 안타깝습니다. 언젠가 밑줄 치고 젖고 옮겨지다 찢어진 상처 때문에 주인에게 더 외면당합니다. 좀 더 깨끗했더라면 돈 좀 더 받을 수 있었는데, 주인은 안타깝습니다.
심각하게 밑줄치거나 메모했거나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였던 책이라면 팔다가도 다시 한 번 살펴보세요. 이런 책은 "버려드릴까요?"하고 여쭤보기도 합니다. 무겁게 들고 오신 책 버려드릴 수도 있다는 서비스 차원의 멘트입니다. 버려달라 하지 마세요. 내 과거에 어떤 중요한 말들이 있었기에 접어 놓았을까 하고, 다시 읽어보세요. 지금은 상관없다며 지나치지 마세요. 다시 집으로 들고 가서 어느 날 다시 한 번 들춰보세요. 이 책이 이렇게도 나한테 왔었던가... 하고 되뇌어보세요.
요즘에는 책과 함께할 수 있는 악세사리가 굉장히 많아졌죠. 책갈피도 케릭터별로 예쁘게 디자인되어있고, 유명한 작가의 문구를 딴 포스트잇이나, 연필. 또는 지우개, 그렇게 시작해서 머그컵, 열쇠고리, 자석, 북 램프, 독서대... 굿즈는 늘어나고 책에 대한 관심도는 꾸준히 증가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왜 책에 끄적이는게 어색할까요. 그래서는 절대 재미있는 독서 근처를 가지 못합니다.
독서 전문가이자 인문사회심리학자인 고영성 작가가 어느 강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독서만이 정답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웃풋이다.'
비록, 강연의 내용은 제가 말한 것과는 다르게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한 리뷰,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대화로 아웃풋을 즐거이 하는 사람이 독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습니다만. '아웃풋'을 가장 기초적으로 하는 방법은 책을 읽는 그 자리에서 써보고 소리 내어 읽는 것입니다. 형광펜이나 삼색펜으로 밑줄 필기를 하며 책을 더럽히는 것. 그것은 그저 앉아서를 책을 넘기는 행동보다 훨씬 감명을 줄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책을 판매하실때 매입 가격에 대해 실망하지 마세요. 내 책이 안 팔린다고 더 실망하지 마세요. 다시 내게 왔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찢어가며 읽어도 보세요.
어떤 만화책 매입 고객님의 도서는 좀 특별했습니다. 소년탐정 김전일 만화책을 세트로 전부 판매하시려던 분인데...
만화책 초반 도입부에 형광펜으로 인물을 표시해놓고 '얘가 범인'이라고 필기 해놓았습니다.
나 : "고객님 필기가 되어 있어서 판매하실 수 없습니다."
고객 : "그거 범인 아니예요. 제가 다음 독자에게 퀴즈를 낸 거예요."
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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