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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책 팔면 그 돈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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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부분 대형서점으로 중고책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알라딘, 예스 24, 교보문고에서 중고책을 판매할 수 있는데요. 그 대형서점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제가 그때의 이야기를 몇 번에 걸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 세 번째입니다.

 

1. 신중하게 파세요.

2. 남의 책을 팔지 마세요.

3. 판돈으로 꼭 다시 책을 사세요.

4. 책을 함부로 대해주세요.

5. 웬만하면 폐기하지 마세요.

6. 모든 것을 응대할 수 없습니다.

7. 재미있었던 서점 근무. 


진짜 책값 안나오죠? 그 돈으로 커피 사 먹지 말고 시집 한 권을 사세요.

책값이 오르고, 도서정가제 법이 시행되고,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만 갑니다. 도서정가제가 시작되고 당시 중고서점에 매입량은 실로 엄청났습니다. 어떤 유명한 시인이 제가 근무하는 서점에 용달차로 책을 가져와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아침부터 시작된 대량매입에 부랴부랴 책을 검수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해야 할 사무 업무는 산더미인데, 고객 앞에서 책만 보고 있자니 난처했습니다. 그리고 가져오신 책은 짐작하시겠지만 대부분 시집이었는데, 시집은 수요와 공급 둘 다 적어서 매입금액이 상당히 낮습니다. 안타깝지만 꼼꼼히 살펴 후하게 쳐줘도 가격이 매우 안 나오는 책이죠. 권당 300원, 500원, 하던 책들이 4천 권이 되었고, 고객님은 3백만원 정도의 매입금액을 챙겨가셨습니다. 저는 설상가상으로 그즈음 우유를 잘못 마셔 설사와 복통이 있었고, 저는 팬티가 난처해지면서까지 고객의 판매를 도와드렸었습니다. 제 일화는 굉장히 유명해졌고, 아마 퇴사한 이 시점에도 그들의 회식자리에 제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매입금액을 순순히 챙겨가신 시인 고객님은 그 돈으로 다시 책을 구매하셨을까요? 제 생각엔, 그러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책장을 비웠으니 마음이 시끄러울 겁니다. 손때 묻은, 필기한 책들을 다시 생각하자니, 새로운 책을 살피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술을 사 먹었거나, 급한 금전 처리를 했을 겁니다. 모두들 그런 대량 판매 뒤에는 여지없이 서점에 책들도 안 보고 떠나가시니까요.

 

아무리 판매한 금액이 높아도, 결국은 살 때보다 더 적은 값입니다. 일반적으로 신간은 대형서점에서 매입할때 후한 취급을 합니다. 보통 한 권에 4천 원, 5천 원, 많게는 8천 원까지도 받습니다. 하지만 그 책의 정가는 진작에 만 삼천 원, 혹은 그 이상의 정가였습니다. 고객이 더 높은 가격을 받는 경우는 아주 극히 드뭅니다. 

 

사연이 어떻든지, 판매하셨으면 금전적인 문제가 아주 코앞에 있다 하더라도 저는 그 돈으로 다른 책을 사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책 열 권 팔아서 한 권의 책을 산다고 자신의 선택에 책망할 일이 아닙니다. 떠나가버린 책을 뒤로 하고 다시 책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입 금액에 집착하지 마세요. 그냥 떠나보낼 책을 이왕이면 좋게 떠나보냈다 생각하시고, 다시 새로운 책을 찾아 본인이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매입금액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적게는 1000원, 500원, 또는 300원까지도 받습니다. 떨떠름한 기분을 뒤로하고 아주 싼 시집이나 만화책을 골라 보세요. 의외로 당신에게 행복을 줄 수 있습니다.

 

책 팔면 다른 생각 하지 마세요. 다시 책을 살펴보세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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