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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서비스 업 하면서 무조건 친절할 수 있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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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유니클로 신상나왔다고 줄서는 고객들. 저 사람들 언제 다 계산할까 알바생은 어지럽다.

 

나는 진즉에 퇴사했다. 내가 다녔던 서점 업무에 지쳐서가 아니었다. 오로지 육아 때문에 접었다. 커피숍, 디저트 숍, 의류가게, 식당, 당구장, 대형 마켓, 햄버거 가게, 약국, 반찬 가게, 치과, 한의원, 아이스크림 가게... 모든 고객을 맞이하는 서비스 직종에서는 친절과 웃음을 갖춰야 한다. 그러지 않는 기업은 CS팀을 꾸릴 여지가 없는 것이 맞겠다. 친절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 일 잘하고 청소 잘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거기서 친절하기란 쉽지 않다. 매번 똑같은 업무를 보고, 항상 앵무새처럼 말해야 하는 입장에 섰을 때, 사람은 더욱 지치고 우울해진다. 한 번 생각해보자. 파리바게트에서 한 명의 직원이 "해피포인트나 통신사 카드 갖고 계신가요?"라는 말을 하루에 몇 번 할까? 

 

나는 알바생으로 시작했지만 공고를 통한 면접으로 매니저 자리에 오르고 점장에 자리에 오르기까지 거의 7년 동안 서점에 근무했다. 3년은 점장으로 근무를 했는데, 채용공고를 올리고 아르바이트생을 뽑으면 나만큼 친절한 사람은 없었다. 너무 꼰대 같은 발언일까. 라떼는 말이야. 웃지 않으면 컴플레인 걸렸다고... 뭐 이런 말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최소한의 친절'로 고객을 맞이하는 알바생을 데리고 면담을 한 적이 있었다. 본인이 얼마큼 불친절한 지 알고 있느냐고. 입장 바꾸면 본인의 기분을 괜찮겠느냐고. 오히려 욕먹은 기분이 들 것 같다고. 그렇게 말했지만 알바생은 눈썹 하나 뒤틀리지 않았다.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한 사람이었고, 나이도 나보다 많았던 여성이었으며. 항상 날 선 근무자세로 근무 측면에서는 작업량이 높았기 때문이다. 알바생은 되레 나에게 물어봤다. 얼마만큼 친절하면 점장님은 만족하시나요?라고. 그렇게 책을 툭툭 던지면서 일하면 던져진 책을 고객이 구매할까요? 최소한 내가 서점에서 일해서 눈꼽만큼이라도 기분이 좋아야 하지 않나요? 그러면 책에 대한 시선도 바뀌고, 고객에 대한 시선도 조금은 바뀔 텐데요.라고 말하니. 자신은 그저 돈 벌러 왔다. 는 말 한마디를 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본인은 카운터에서 계산하지 마시고 잡지 코너와 어린이 그림책 코너 오늘 정리해주세요. 카운터는 다른 분 시키겠습니다. 앞으로도 서가 업무 중점으로 배치하겠습니다. 그제사 알바생은 '내가 뭘 잘못했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 퇴장했다. 짐작했을지 모르겠지만, 가장 서가 업무 중에서 강도가 빡쎈 업무는 어린이 그림책, 외서, 잡지, 예술 코너 정도가 되겠다. 여기서 어린이 외서 쪽에 챕터북 리더스북 코너를 정리하기 시작하면 그 날 하루는 다 말아먹은 셈이다. 아무튼 강도 높은 서가 정리를 두 달 세 달 하다 보니 지쳐 나가떨어졌는데. 본인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깨달았을까 모르겠다. 그 뒤로 퇴사했는데 말이다. 

 

종종 그녀의 말이 생각난다. "얼마만큼 친절하면 점장님은 만족하시나요?". 여러분은 캐셔가 얼마만큼 친절했으면 좋겠는가. 영화관 티켓부스에서 티켓을 끊어주는 알바생은 자신이 봤던 영화의 사견을 이야기 해선 안된다. 편집숍 디저트에 캐셔는 제품에 대해 호불호를 고객에게 어필해선 안된다.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고 주문이 밀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카운터를 보는 알바생은 사교를 위해 대기하시는 고객님과 농담 따먹기를 해야 할까 아니면 팔을 걷고 주방에 들어가 설거지를 해야 할까.

점주는 그런 정도의 눈치와 실력, 사교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봉투나 제품을 건네줄 때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인사하는 태도. 약간의 목례 정도면 된다. 컴플레인이 들어올 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자신을 본인이 가장 낮추고 고객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이 중요 포인트가 되겠지만. 앞서 말한 '눈동자 보고 인사', '약간의 목례' 이 정도만 갖추고 있어도 미친 사람 아닌 이상 컴플레인 안 준다. 

 

또 한 가지. 요즘 서비스업에는 지치고 힘들 점들이 많다. 혜택도 점점 늘어나고, 이벤트도 많아지며, 암기해야 할 것들도 많다. 지랄 같은 고객들은 더 똑똑하게 지랄 같고, 일부러 엿 먹이려고 돌아 돌아 까는 고객도 많다. 하지만 거기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책 덕분이었다. 보통 정도의 '인사성'을 유지하고 오래오래 다니고 싶다면, 괜찮은 서비스업 직종의 취업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보템이 되는 곳에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보다도 빨리 지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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