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빅픽쳐 별로였어. 너도 그래?
2010년 <빅픽쳐> 신드롬을 기억하실는지 모르겠다. 무려 200주 동안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픽쳐>는 사실 나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내 주변 사람들도 <빅픽쳐>가 그리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아마 한국인 정서에 맞지 않았나 생각도 해본다.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찾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빅픽쳐> 이후에 출간된 <모멘트>도 마찬가지다. 표지 디자인 또한 너무 낡은 콘셉트를 줬고, 이야기를 예상할 수 없는 표지 덕분인지 감동이나 가슴 떨리는 사랑이야기를 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신작 <오후의 이자벨>은 좀 다르다. 기혼 여성과 대학생의 불나방같은 만남이라면 당신은 주목할 만할까?
오후의 이자벨. 당신을 기다리며.
주인공 샘은 평소 무뚝뚝하다. 책의 첫 문장 "이자벨 전에 나는 섹스를 전혀 몰랐다."라는 말이 샘을 이야기하는 전부 일 것이다. 평소 애정표현에도 인색한 아빠의 칭찬에 목이 말라 매일같이 공부에 매진하는 샘이다. 공부를 잘했던 샘이 하버드 로스쿨에 합격하자. 파리 여행을 한 번 나가게 된다. 거기에서 샘은 파리의 서점에서 출판 기념 파티에 이자벨을 만나게 된다.
스무 살의 청년 샘은 이자벨을 만나 열정과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데, 중요한 건 이자벨은 이미 결혼을 한 유부녀였다는 것이다. 이자벨도 대학생 소년 샘을 내치지 않았고, 일주일에 두 번 오후 5시에 베르나르 팔리시 가의 작업실에서 만나기로 한다. 남편 몰래 말이다. 흥미진진한 불륜 아래에서 샘은 이자벨과 평생 함께하고 싶어 안달복달이며, 어떻게 하면 미래를 항상 함께 할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현실은 너무 어려운 관문들 투성이다.
샘은 이자벨이 아닌 다른 여성과 결혼하고 나서도 이자벨과의 오후를 내동 그리워한다. 외로웠던 샘의 인생에 관심과 사랑과 열정이 샘솟았던 그 시기 오후는 한 줄기의 빛이었다고 말이다. 과연 샘과 이자벨은 그 이후로도 만날 수 있을까. 언제까지 그들의 사랑을 현실에서 계속할 수 있을까.
가슴 뛰는 열정의 사랑이야기로, 가족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열정을 은밀하게 읽어봐도 좋겠다.
또 다른 도서
'나를 찍어 인스타에 올렸다.' <코리안 티쳐>. 여성에 관한 또 다른 서사의 탄생
역사 교사들이 가장 사랑하는 만화가, 박시백. <3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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