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에 출판된 <보건교사 안은영>. 이 책을 보고나서 아쉬웠던 것은 책 표지였습니다. 비록 책표지는 민음사에서 출판된 [오늘의 젊은작가]시리즈였으므로 어느정도 틀이 정해진 것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나오는 책 표지에 우유나 여우, 곰 같은 것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눈치 챌 수 없었죠. 보건교사라면 흰 가운이라도... 아니면 이런 판타지 퇴마시리즈였다면 뭔가를 요괴같은 느낌의 사진이라도 걸치고 나왔어야 할진데,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표지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리커버한 책 표지가 오른쪽입니다. 똑같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지만, [오늘의 젊은 작가] 축에서 벗어난 한정 특별판 리커버입니다.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벌써부터 오시나요? 사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예고편을 먼저 보셨기 때문에 그러실 수 있겠습니다만, 옛 표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나지요.
책 표지는 읽는 사람에게도 고정관념을 선물한다.
리커버 전에 소설을 먼저 읽어봤었는데요. 저는 여지껏 이 소설에 등장한 한문선생님을 굉장히 늙고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보건교사 안은영은 뭐랄까. 정유미보다는... 김다미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도 있었죠. 아니면 요괴를 물리친다는 느낌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보건교사라면... 당신은 정유미 말고 또 누가 떠오르시나요?
한자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안경쓴 고리타분이라면 손병호나 김하균이 생각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젊고도 잘생긴 남주혁이라니. 지금껏 기억했던 소설책의 느낌이 산산조각 부서지면서 남주혁으로 자리를 메웁니다.
이렇듯 소설속에 이미지는 독자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온전히 기억될 수 있으나, 영화나 드라마로 콘텐츠가 발전될 경우 그 상상의 나래는 무참히 구겨지고 맙니다. 아, 사실 구겨진다는 표현은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뭐랄까. 말라버린 점토처럼 차갑게 굳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다르게 생각할레야 그럴 수 없는 딱딱한 조각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영화를 응원한다.
그럼에도 <보건교사 안은영>을 기대하는 것은, 소설이 영화화가 되어 다시 세상사람들이 출판되었던 그 책을 돌이켜 본 다는 것입니다. 몰랐던 사람들도 책을 짚게 만들고, 또 정유미씨가 주연을 맞았던 [82년생 김지영]도 민음사에서 [오늘의 젊은 작가]로 시리즈되어있던 책이니, 그쪽까지 바라보는 관객이 있으면 좋겠고요. 어느모로보나 책으로 관심이 간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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