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어느샌가 화려하게 들어선 고스트 키친이다. 예전에 나이트클럽이 있던 것으로 아는데, 갑자기 고급스러운 외향과 함께 멋진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신장개업을 축하한다는 화환도 없었고, 궁금해서 줄지어 기웃거리는 사람조차 없었다. 키친이라면 식당이어야 하거늘, 왕래하는 사람이 없는 걸로 보아 식당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체는 무엇일까.
지속 가능한 자영업. 공유 주방 시스템
그렇다. 고스트 키친은 주방을 공유하는 주방 공간 업체였다. 간단하게 말하면 색소폰 연습을 위해 색소폰 연습실이 방마다 배치되어있는 것처럼 주방도 일정의 임대료를 내고 사용한다고 해야 할까. 하여 자영업자들이 배달시스템만으로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끔 만드는 공간인 것이었다.
음식도 만들어야하고, 주문도 처리해야 하고, 포장도 해야 하는 일반 음식점들과는 달리, 고스트 키친에서는 자회사만의 '발가락'이라는 주문 접수 시스템을 도입해 간편하게 주문을 접수받고 요리하여 장사를 할 수 있다고 홈페이지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음식 배달은 날이 갈수록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나만 생각해도 배달음식을 주 2회 정도 시켜먹는 것 같다. 웬만한 맛있는 집들은 거의 배달을 하는 추세이기도 하며, 포장도 깔끔하고 후기 이벤트 같은 쏠쏠한 정보들도 있으니 먹는 재미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주 예전에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가는 배달음식들이 하나의 주방에서 만들어진다는, 비위생적인 주방 상태를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짜장면을 만드는 집에서 치킨도 튀기고 냉면도 만들다 보니 요리하는 사람은 바빠지고 각종 양념이 사방에 튀기고 청소관리가 제대로 안돼 벌레들이 끓어오르곤 했던 그 프로그램을 나는 경악하면서 봤는데. 그런 의미에서 고스트 치킨은 배달음식을 주로 시켜먹는 현대인들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자영업자에게도, 고객에게도 희소식인 셈이다.
요리 하나만으로 자영업자가 실력발휘를 할 수도 있고, 인테리어 비용을 비롯한 갖가지 사업비용을 축소시켜 임대료와 집기 비용 등 약간의 비용으로 고스트 키친에 들어가 요리를 해결하여 장사할 수 있어 매우 좋아 보인다. 게다가 들어선 주방 사람들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주방을 공유하기에, 서로의 음식 맛을 보고 정보를 교류한다고 한다. 얼마나 이상적인가.
고스트 키친의 단점이야 막상 그곳에 들어가서 내가 직접 요리를 해보거나 실패 후기를 들어봐야겠지만, 너무 멋진 건물에 좋은 취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내용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쓰여졌으며, 원고료 등의 대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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