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중복 말목만 알고 있는 우리들.
'초복이 되었으니 우리 삼계탕이나 먹을까.' '중복인데 몸보신 좀 해야지.' '말복에는 얼큰하게 닭볶음탕 어때.' 복 단어가 들어가는 여름에 초복 중복 말복에는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이 기기 위해 몸보신을 하는 의미로 보신탕이나 고기가 들어간 국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가난했을 시절 고기 먹기가 쉽지 않아 이날에 특히 닭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하죠. 그러나 요즘 같은 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엔 수박이나 여타 시원한 과일을 먹으면서 몸보신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초복 중복 말복이지만, 말복이 지나 곧바로 다가오는 처서(處暑)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지금부터 처서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곳 처處 더울 서暑.
2020년에 처서는 8월 23일 일요일입니다. 말복은 8월 15일 광복절이고요. 말복이 지나서 일주일 정도 뒤에 처서가 있는 셈인데요. 처서는 여름의 더위가 지나가고 신선한 가을을 맞게 된다는 뜻입니다. 말복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가을을 시작하는 날이라고 하는 것이죠.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 구음 타고 온다.'라고 옛사람들이 말했었는데, 이는 여름이 가고 가을이 비로소 찾아온다는 계절의 순행을 보여줍니다. 처서가 되면 햇볕이 더 이상 따갑지 않다고 여겨 벌초를 시작하고, 장마 동안 젖었던 옷들은 말리고, 음지에 놓여있었던 책들을 햇볕에 말리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옛 시절의 처서는.
우리나라 속담에도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서늘함이 반에 시작되어 모기의 때부림도 사라지고, 더워서 없었던 귀뚜라미들도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다는 의미이겠습니다.
항상 농사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은 풍년, 흉년에 따른 관심이 과대했고, 이에따라 처서가 찾아오면 그동안 잘 자라던 곡식들이 비를 맞진 않는지 날이서서 확인한다고 하네요.
처서 때엔 뭘 먹어?
곡식들이 무르익을 시기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찰옥수수와 현미밥이 한창입니다. 단호박 또한 무시할 수 없어 단호박에 관련된 요리도 밥상에 올리면 좋고요. 이때엔 비가 살짝살짝 오는 계절이기도 하여, 버섯을 넣은 찌개거리나 탕도 많이 올려지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말복 때에 보신하지 못했다면 이때에 추어탕을 지인들과 함께 먹으러 가셔도 좋습니다. 집에만 계신다면 애호박과 풋고추는 처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음식입니다. 여기에 잘 어울리는 시원한 국물요리는 칼국수인데, 바지락 칼국수를 먹고 가을을 맞이하는 것도 좋겠죠. 후식으로는 복숭아가 제격입니다. 복숭아는 여름철 대표 과일이지만 잘 영글 때의 시절은 처서 앞뒤입니다. 처서의 시기가 가장 당도가 높다고 할 수 있지요. 복숭아는 모두 알다시피 그 효능이 풍부합니다. 배가 허전하여 공복에 복숭아만 먹어도 만성 피로를 해소하고, 고혈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여름철 지치고 무기력한 하루하루의 지속입니다. 비록 처서가 되는 8월 막바지에도 우리나라는 2020년에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겠지만, '처서'라는 의미를 한번 더 되새기며 가을이 찾아왔다고 중얼거려봅시다. 혹시 알까요. 뜻밖에 더위를 물리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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