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이나 드래곤이나 똑같네.
어딜 가나 꼬마들은 부모의 걱정거리임이 분명하다. 상황은 드래곤에게도 마찬가지다. 큰언니, 둘째 오빠, 그리고 막내 주인공 어벤츄린은 부모님과 함께 언덕 동굴에서 살고 있다. 20개국어의 능통하고 마법을 부릴 수 있는 큰언니를 대적할 드래곤은 아무도 없다. 장난꾸러기인 오빠에게 치여서 그저 자기 입장 해명하기 바쁜 어벤츄린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고, 날아가 인간에게 위협을 주는 특별한 드래곤이 되고 싶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 모두 드래곤으로서 소명을 다 하려면 좀 더 날개가 커야 하고, 꾀를 부리는 인간 앞에 대적하려면 철학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그 앞에서 어벤츄린은 풀이 죽는다. 그런 어벤츄린은 어느 날 몰래 동굴을 빠져나와 숲속으로 진입한다.
어설프게 빠져나오느라 연약한 날개에 상처를 입은 어벤츄린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하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인간을 발견하고. 자신이 더 이상 아기 드래곤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이 인간을 첫 번째 사냥감으로 정한다. 이어 콧김으로 연기를 내뿜고 잔뜩 인간을 겁준다. 누더기 옷을 입은 인간은 너무나도 놀라 오줌을 지리고 '잡아먹히기 전에 이 요리만 먹게 해주세요'하며 싹싹 빈다. 어벤츄린은 모닥불에 피운 냄비를 발견하고, 뒤이어 핫 초콜릿의 강렬한 냄새에 이성을 잃는다. 자신이 먹겠다는 어벤츄린은 핫 초콜릿을 한 모금 마시고는 그대로 쓰러지게 되고, 한참이 지났을까. 어벤츄린은 자신의 비늘을 연상케하는 특이한 무늬의 망토를 걸친 어린 소녀로 변신하게 된다. 핫 초콜릿을 데우던 누더기 인간은 마법사였던 것.
잠에서 깨어난 어벤츄린은 인간으로 변한 것이 너무 억울했지만 손쓸 방법이 없어 무력감에 빠지고 만다. 그 무력감에 뒤이은 생각은 마법사를 찾아 혼쭐을 내고야 말겠다는 생각. 그리고 뒤이어 마셨던 핫 초콜릿의 정체를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어벤츄린은 생각마저도 어린지, '그 마법 초콜릿을 내가 만들어서 모두를 곤란하게 만들겠어.'가 아니라, '그 맛있는 핫 초콜릿을 내가 만들겠어.'라는 목표로 설정되어 있는데.
2.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목표.
마침 어벤츄린은 마차를 타고 숲속을 지나가는 부부의 눈에 띄게 되고. 부부는 가여워 보이는 어벤츄린을 그대로 태워 치즈 덩이와 우유를 먹게 한 뒤 자신들의 집에 하녀로 고용하려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미 마법사를 찾고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어벤츄린은 인간들이 복작거리는 시내에 입성하자 부리나케 도주하고, 초콜릿을 어디서 만드는지 찾으려 한다.
어벤츄린은 본인의 사명을 향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초콜릿을 만드는 작은 일이라도 그것이 좋아 목숨을 건다. 시대 배경이 중세 시대 비슷한 느낌이어서 그런지, 초콜릿 소비자는 귀족이었고, 초콜릿 도제를 하기 위해서는 각종 자격증을 획득해야 했다.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어벤츄린은 목표를 향해 무던히도 애를 쓰는데 쉬울 리 없다.
3.자신의 목표와 신념을 잃지 않는 자존감.
그럼에도 어벤츄린은 신체적인 단점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두 극복한다. 후반부에는 심지어 자신의 딸을 찾기로 나선 드래곤 가족들이 불을 뿜으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려 하는데, 고작 초콜릿 도제로서 성공한 어벤츄린이 왕을 설득하기로 나서고, 방법이 없는 왕은 설득에 응한다. 초콜릿을 만드는 뛰어난 능력을 넘어서서 자신의 능력을 드래곤 가족에게도 보여주며, 드래곤과 마을은 어벤츄린으로 인해 동맹을 맺고, 마을은 평화를 찾는다.
비단 판타지 소설이며 청소년 문학에 걸맞은 성장 소설이지만, 주인공의 열정과 목표를 향한 사명은 어른이 봐도 배울 점이 있다. 행동은 비록 어설프거나 이유 없이 당돌한 면이 있는 주인공이지만, 내면에 긴장과 좌절을 항상 끌어안고 있어 보는 이에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
2017년 북미 청소년 문학상 '시빌 어워드 장르소설 분야'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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