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직업의 역사>를 보고 있자면, 10분 이내로 잠이 쏟아진다. 잠지기 전에 곁에 둘 수 있는 책이라고 단연코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긴 재미있는데 왜 이렇게 잠이 쏟아졌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 읽어보려고 다짐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시간을 내어 읽겠다고 다짐한 게 아니고 그것도 아주 짧은 공백에 시간에 읽겠다고 한 책이 드디어 끝을 봤으니, 화장실에서, 베란다에서, 길 가다가, 버스 타면서 읽은 책이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이렇게도 책을 어떻게든 읽었구나... 싶다.
'시금은 사라진 직업'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특정 직업이 사라진 이유를 이야기하다 보면, 대부분 시대의 발달로 좀 더 편리한 생활이 추구되어 직업이 사라진다고들 이야기할 것이다. 이를테면 물지 개꾼이라던가, 전기수, 인력거꾼 같은 직업일 텐데. 이들은 사람의 욕망에서 비롯된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시대 발달로 인해 직업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사람의 질투와 이기심과 욕망이 그 직업들을 바꾼 것이다. 없어진 직업들은 있지만, 욕망이 없어지진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 욕망들은 어디 있을까. 그리고 무엇이 다시 태어났을까.
읽으면서 의외였던, 그리고 좋았던 점은, 여성에 대한 시각이었다. 여성이 그 시절 기생이나 유모에 직장이 한정되었으며,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일을 하면서 왜 욕을 먹었고, 결국 그것이 왜 모욕적인 일로 치부되었는지 서술되어 있다. 거기에서 나아가 부국강병, 자손 창생, 외교정치는 모두가 남자가 했다는 시각에서, 여자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자신있게 하는 책은 실로 오랜만에 봤다.
우리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기생은 논개, 춘향, 황진이 정도다. 우리는 이들을 통해 기생의 삶을 상상한다. 적장과 함께 투신자살한 논개, 정절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긴 춘향, 송도삼절로 알려진 황진이... 애국, 정절, 절개, 이 얼마나 남성적 시선으로 점철된 단어들인가.
기생의 삶은 우리의 기대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기생은 남성들이 만들어낸 성 문화의 산물이었다. 어쩌면 기생들의 화려한 '미담'은 왜곡된 남성들의 성 문화를 미화하면서 남성들의 이기적인 욕망을 은폐하고 위장하기 위한 장치일지도 모른다.
-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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