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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 소설 에세이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의 각별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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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

 

열정은 배신하지 않는다. 꾸준히 하다 보면 답이 온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노력은 반드시 결과를 가져온다. 포기는 배추 썰 때나 하는 말이다... 이런 얘기들 많이 하고, 또 많이 듣곤 합니다. 이런 책들 또한 시중에 나왔고 또 나오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아버지. 선천적인 고도근시. 외동 딸...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가진 소노 아야코는, 그 지난한 날들을 거쳐 위대한 작가로 거듭납니다. 한 평생 독신주의자로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같은 직종의 남편인 미우라 슈몬을 만나 22세에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립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에게는 결국 운명이 결정한다고 말하고, 수긍하는 순간 행복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또 인간관계에 거리를 두는 것이 삶에 여유를 찾는 진짜 방법이라고 하며. 남에 감정에 끌려다니지 말고, 자기 소신껏 살아가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제가 읽어 왔던 에세이와는 다른 결을 갖고 있습니다.

 

어두운 소노 아야코의 인생 배경에서 나온 통찰은 다른 사람보다 우울하거나 희망적이지도, 단순하지도, 체념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공감이 가는 이유는, 우리가 비단 작가보다 어둡게 살지 않았어도 인생의 스펙트럼 속에서 어두운 면을 작게나마 체험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나의 경험을 돌이켜보자면 처음에 의심했던 사람일수록 나중에 신뢰가 돈독해진 예가 많다. 다만 훗날 수치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의심하지 않고 믿었다가 나중에 실망하고 상대를 원망하거나 힐책하느니 의심한 것을 혼자 부끄러워하는 편이 낫다. 더구나 의심했던 상대가 정말 훌륭한 인격자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 맛보게 되는 행복과 안도는 처음부터 기대하고 믿음을 허락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큰 기쁨이 된다. 
-104p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 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면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다. 다른 사람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 경우엔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세월과 더불어 그에게 품었던 나쁜 생각들, 감정들이 소멸되고 오히려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건 아닌가, 궁금함이 밀려온다 
-1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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