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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 소설 에세이

감정 표현 불능증. 아몬드 하나 빠진 학생의 이야기는 어른이 읽어도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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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가 처음 발행되고 책 표지도 맘에들고 뒷면을 보니 내용도 궁금해서 한 권 샀었다. 음~ 재밋네. 그러고 아무생각없이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았다. 그러고 몇 년 전. 직장 후임에게 한 권을 선물했다. 그러고 두달 뒤. 다른 후임에게 전자책으로 또 선물 했다. 그러고 지금. 내가 읽고 안 팔기 위해 전자책으로 한 권 샀다. 이렇게 총 네권. 이럴거면 도대체 처음에 나는 왜 아몬드를 판 걸까...

 


 

아몬드

저자 손원평

출판사 창비

발행일 2017.03.31.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진 소년이 태어난다. 엄마는 아이가 웃거나 울기를 바라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웃지 않는 마법에 걸린 공주처럼 나는 꿈쩍도 안 했다. 엄마는 공주의 마음을 사려는 이국의 왕자처럼 온갖 방법을 다 썼다. 손뼉도 치고 딸랑이도 색깔별로 사서 흔들어 대고 동요에 맞춰 코믹 댄스도 춰봤다. 그러다 지치면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한 대씩 피웠다. 그 무렵 엄마가 찍어 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엄마 앞에서 어린 나는 엄마를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아기의 눈빛이라기엔 너무나 깊고 잔잔하다.
-26p

 

평범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상태. 대화만 된다면 문제 없지 않을까 생각도 잠시 했는데,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은 너무 황당하다. 할머니가 눈앞에서 괴한에게 살해당했는데 멀뚱히 쳐다만 본다던지, 상대방의 유머를 받아치지않고 또 멀뚱히 있다던지,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 앞에서도 무신경 하다던지... 그런 아들의 태도에 급급한건 오로지 엄마 뿐이다.

 

그런 엄마의 '희로애락애오욕 게임'은 아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급급함의 최고봉이다. 누군가 초코파이를 먹으면 '나도 먹고 싶어.' '나도 하나 줄래?.' 라고 경우의 수를 만들고 연습하는 게임인데, 이 게임은 어느누구도 겪지 못했던 사사건건 to the 잔소리 or 간섭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엄마는 이 모든 교육을 '사랑'이라고 하는데, 주인공 선윤재는 그것마저 시큰둥하다.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112p

 

그렇게 무채색에 가까운 주인공 선윤재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뭐든지 튀지 않게 중간만을 바랐던 엄마의 교육은 그러나, 학교에서 쉽게 무너지고 만다. 살해당한 할머니 소식을 들은 담임선생이 "내가 도와줄 일이 없을까?" 물었고, "괜찮아요."라고 답한 선윤재. 그리고 이튿날 종례시간에 담임이 톤을 높여 말한다. "우리 반 친구가 아주 마음 아픈 일을 겪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가족을 잃은 친구가 있어. 모두들 그 친구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 주자. 선윤재, 일어나. 윤재야. 힘내라."

가족의 죽음에도 감정을 느끼지 못한 것이 들통나버린 가운데, 아이들이 공연히 수군거리고, 어떤 아이는 급식시간에 일부러 옆자리에 앉아 동정의 눈빛으로 말을 걸어준다. 참 안타깝게도. 선윤재는 아무렇지 않다. 담임이 진짜 개새끼다.

 

그러던 어느날 '윤교수'라는 사람이 선윤재를 찾아온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는 것인데. 그 부탁은 바로, 병실에 누워있는 아내 앞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아들 행세를 하라는 것. '딱히 해가 되지 않는다면 도와주는 편이 좋다.'는 할머니의 옛적 조언을 떠올려 알겠다고 했지만. 그 선택은 어마무지한 갈등으로 번져버리고 만다.

 

하지만 곤이를 먼저 알았더라면 그런 선택을 하진 않았을 거다. 그 선택으로 인해 나는 내 의도와 상관없이 곤이에게서 뭔가를 영원히 빼앗아 버린 거였으니까.
122p

 

입만 열면 욕이 튀어나오고 교실을 통째로 흔들어 놓은 듯 물건을 던지는 곤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선윤재.

둘 사이는 마치 열정과 냉정처럼, 빨강과 파랑처럼, 서로 붙지 못하고 떨어지는 자석처럼 대화를 불안하게 이어간다.

 

과연 주인공 선윤재는 곤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곤이는 선윤재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왜 그 둘은 단짝친구가 되었을까.

 


 

곤이는 '날고기를 뜯는 치타' 같다. 굳이 별명을 붙이자면 선윤재는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사슴.' 정도랄까.

그들이 말도 안되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버렸을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어서,

그래서 두 권이나 각각 다른 사람에게 선물 했던 것 같다.

아마 책을 많이 접하지 않았던 사람이 내게 추천할 도서를 물어본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아몬드]를 추천하려한다.

그리고... 아마 내 인생에서 일곱 권 정도는 [아몬드]를 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겐 곤이가 필요했다.

-112p

 

"너 로봇이라며? 아무것도 못 느낀다며, 너?"

-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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