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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기발달검사와 육아 그리고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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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인터넷 사용 코호트 연구 검사.

작년 12월 즈음. 어린이집 공지사항에 연구 참여를 바라는 부모를 모집한다는 안내문을 봤었습니다. <아동 인터넷 사용에 관한 코호트 연구>라고 해서. 아동에게 미디어를 얼마나 보여주며, 양육

태도는 어떠한지에 대한 객관식 질문에 체크하고, 총 3년간에 걸쳐 3번씩 진행하며, 일정 금액을 지불한다고도 하니. 꺼릴 것 없이 신청했습니다. 

 

 

아이에게 보여주는 영상물들.

저희 집은 텔레비전이 없고, 제가 설거지를 할 때나 혹은 아이가 원할 때 태블릿으로 영상을 틀어줬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이 많이 찾는 슈퍼윙스, 로보카 폴리, 카봇, 등. 로봇이 나오거나 자동차가 현란하게 변신하는 애니메이션은 잘 못 봅니다. 뽀로로나 핑크퐁은 신생아 때나 틀어줬는데, 말이 통하니까 의사소통에 관한 만화, 혹은 영어로 말하는 만화를 틀어주고 있습니다. 그런 만화들로는 메이지, 넘버블럭스, 까이유, 페파 피그, 정도입니다. 태블릿은 제가 원하면 끌 수 있고, 아얘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 둘 수 있기 때문에. 예전에는 영상물을 보고 싶다는 아이에 반응이 엄청 격렬했으나, 지금은 태블릿이 보이지 않으면 영상물을 찾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이 없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와이프와 중국집이라도 가면 저희는 거의 마주보지 않습니다. 나란히 앉아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짜장면을 먹고, 뉴스에 눈이 멀어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은 적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사이 나쁜 것도 아닙니다. 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아과에 가면 다른 아이들 떼쓰고 투정 부릴 때 텔레비전 앞에 앉아 가만히 만화를 봅니다. 

 

아무튼.

 

아동 인터넷 사용에 관한 이야기라면. 저는 좀 자신이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미디어를 많이 접촉시키지 않았고. 또 아이가 원해도 많이 보면 안됀다고 단호하게 훈육한 점도 있었습니다. 제가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종종 보긴 하지만 아이가 말을 걸면 불문하고 휴대폰을 끄고 아이를 바라보는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스마트폰. 별거 아니다. 별거 아니다. 내 아이가 최고다 집중하는 나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검사지의 문항은 너무 많았습니다. 테블릿으로 진행되었지만 거의 20장 정도의 분량이었고. 전부다 객관식이어서 체크하는데 수월했지만, MBTI 성격유형 검사하는 것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MBTI 검사를 받을 때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질문이 너무 많고, 또 중복되는 질문도 많아서 나중에는 나 자신이 무슨 질문에 답을 하고 있는지 머리가 어벙벙할 때가 있죠. 그것보다 더 심한 것 같았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결과가.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이의 발달이 충격이었던 것이 아니라. 제 멘탈이 약하다는 답변에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동의 경우 대부분 행동발달평가에서 문제 행동은 없고, 정상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주양육자께서는 아이를 양육하시며 부모의 고통 영역을 포함하여 전반적으로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현재 양육자께서는 중등도 수준의 우울을 경험하고 계신 것으로 나타나 상기 문제와 관련하여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요구됩니다. 
-검사결과해석.

 

그때 당시 퇴사 직후 아이를 돌본 지 1개월 좀 지난 무렵이었습니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오니 남자로서 돈도 못 벌고,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아이를 붙잡고 웃으면서 양육하려니까 힘이 부쳤던 것 같습니다. 물론 와이프는 직장을 다니면서 남편인 제가 돈을 못 버는 것은 걱정하지 말라고. 지금 이 시기에 아빠가 함께 있어주는 것이 아이에게 엄청난 행복이며, 맘에 안 차는 아주머니를 고용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좋고 또 이득이라며 저를 치켜세웠지만. 또 다른 일자리를 추후에 얻지 못할 불안감이 계속해서 스멀스멀 올라와 저를 두렵게 했습니다. 

게다가 집안일이 좀 힘들까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하는데 저는 왜 힘든지 몰라서. 왜 이렇게 무력한 지 몰라서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나 자살하고 싶단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나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를 돌보시는 모든 엄마들의 고충을 백번 이해합니다. 

 

중등도의 우울체크. 우울증의 강도가 남다르다. 육아 스트레스는 다른사람 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제 우울증을 점수로 매길 순 없지만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전문가의 소견을 받으러 정신과에 가보진 않았습니다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블로그를 시작하며 제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고, 이것이 제 이력으로서의 투자이며. 이로 인한 우울을 극복하는 중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빨리 없어져야 할 텐데요. 그래야 쌓아놓은 책도 좀 읽고, 서점에도 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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