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과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꽤 최근이다. 아내가 아들에게 주는 아침 사과를 무심결에 한 조각 먹었을 뿐인데. 너무 달아서 깜짝 놀랐다. 갑자기 뒤 턱이 당겨오면서 침이 발산되는. 끝에는 달콤함만이 남는 달콤한 맛에 아찔했다. 그 뒤로 나는 출근할 때마다 사과를 하나 쥐고 걸으면서 아침을 대신했다. 너무 좋아할 땐 아침 점심 저녁을 사과로만 때울 때도 있었다. 아내가 항상 저녁밥 시간에 전화해서 뭐 먹었냐 물었을 때, 사과 먹었다고 답했었다. 일주일 정도 계속 저녁밥을 사과로 때우니까 아내가 말했다. "너 머리통 사과 될 때까지 맞고 싶어?" "밤에 먹는 사과는 독사과니까 저녁엔 먹지 마."
정말로 밤에 사과를 먹으면 독사과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소문이 이런 것은 이는 잠들기 전에 사과를 먹으면 사과 속에 있는 과당이 체지방으로 저장되고, 산도 때문에 속이 쓰리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사과 말고도 밤에 무엇을 먹던 소화는 잘 안되게 마련이고, 체중도 증가하며, 몸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위나 장에 관한 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이상 밤에 사과를 먹는 것은 그냥 야식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사과의 효능으로 봤을 때 되레 밤에 먹는 사과가 '금사과'가 될 수도 있긴 하다. 주로 사과를 먹으면 변이 잘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과 속에 있는 섬유질 때문이며, 밤에 먹었을 때 수면 중에 오히려 더 소화를 원활하게 해주어, 아침부터 상쾌하군! 할 수 있다는 희소식.
또 사과에 들어간 씨는 독성 성분이 있다. 아미그달린이라는 성분인데, 이는 먹는다고 꽥 하고 죽는 게 아니라, 소량의 독성 성분이 있으니 참고만 하라는 정도다. 보통 이렇게 우리가 흔히 먹는 과일에 독성 성분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원료들은 그 원료를 거의 고무대야에 한 대빡 넣고 그것만을 먹어야 죽는 경우이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렇다고 괜찮테~ 하고 먹을 필요까지도 없다.
사과와는 별개의 얘기지만, 수많은 매실농가에 곡소리를 불러일으킨 매실도 마찬가지다. 매스컴에서 매실 씨가 아미그달린이 다량 있다고 해서, 그리고 매실주를 담근 사람이 매실주를 먹고 아미그달린 과다 복용으로 죽었다고 하는 것은. 실로 엄청난 괴담 같은 이야기다. 나도 실수로 매실주를 담그고 시기가 지나지도 않았는데 잘만 먹어본 사람이다. 통상 씨를 빼지 않은 매실주를 담그면 1년이 지나고 아미그달린이 전부 가스로 배출된 다음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튼 과일은 어느 것을 먹던 밤에 먹으면 야식과도 같고, 좋을 것은 없다. 하지만 치킨 먹고 자느니, 바나나 먹고 자는 게 더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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