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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굿즈와 서점 이슈

크레마 전자책 비추. 항상 애착이 없을 수 밖에. (책장 정리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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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발견'된 나의 크레마.

 

E-book 리더기를 구매한 적이 있는가. 아마 서점가에서 다양하게 배치해놓은 전자책 단말기를 많이들 보셨으리라 생각한다. sam, 리디북스, 크레마, 이름도 다양하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나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매번 똑같은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었다. 이 말은 무슨 말이냐면, 전자책은 그 성능이 아무리 좋다한들 결국엔 얇은 단말기로 책을 읽는다는 것뿐이었고, 해상도나 크기는 각자 사용자가 얼마나 적합하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구매후기에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서점에서 근무할때 전자책을 문의하시는 분들에겐 항상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아무래도 사용자가 전자책을 잘 사용하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물건이나 다 그렇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드라이기, 전동칫솔, 냉장고, 에어컨, 하다못해 라이터 하나라도, 자신이 즐겨 쓰는 제품이고 시선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값어치를 한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전자책은 어떤가. 전자책을 구매하셨는가? 지금 그렇다면 그 전자책은 어디에 있는가. 침대 베개 밑에? 혹은 가방 속에? 

 

전자책 단말기의 성능은 애플 제품이나 삼성제품처럼 각자 다른 스펙을 갖고 있다. 해상도가 몇 PPI이며, TTS가 되는지, 전자도서관은 이용이 가능한지, 메모가 스마트폰과 동기화가 되는지... 이런 것들이 다 된다고 할 지라도. 결국은 읽는 사람이 자주 읽어야 좋고, 그래야 쓸모가 있는 것이다. 나도 크레마 전자책 단말기를 구매하고 며칠간을 이것만 잡고 지낸 적이 많다. 구매하면 세트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시리즈를 할인된 가격에 전자책 데이터로 선물해주는 패키지도 있고, 최영희 작가의 <혼불>이나 조정래 작가 <아리랑> 혹은 펭귄 클래식 세계문학전집을 100권 패키지로 묶어두는 경우도 있다. 헐? 이 많은 책들을 단말기에 옮길 수 있고 게다가 할인된 가격으로? 그런데. 그 많은 책들을 읽어보냐 이 말이다. 

 

단말기에 애착을 가져보려고 이것저것 시도도 해봤다. 이미 값을 내고 샀지 않은가. 거기다가 필름을 붙이고, 실리콘 케이스를 덧대고, 휴대하기 편하게 뒷면에 i-ring까지 붙여서 손가락에 매달고 책을 읽은 적도 있다. 리모컨도 샀었다. 잠자기 전에 누워서 두 손을 가랑이 사이로 넣고 리모컨을 눌러가며 만화책을 두 손의 도움 없이 넘겨가며 읽는 그 맛이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모든 전자책 단말기는 프런트 스크린이다. 직접 액정에서 전자파를 발산하는 형식이 아니라, 데이터를 잉크 방식으로 쏘아주고 절전하며, 화면 앞에 불빛으로 비춰주기 때문에 밤중에 독서를 해도 실제 책을 보듯 눈이 전혀 피로하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다가 크레마로 전자책을 읽으면 확연하게 눈의 피로감이 얼마나 덜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무튼 정말 잘 읽었다. 남들이 다 읽었으나 나만 안 읽었던 수많은 무협소설과 삼국지, 원피스, 소년탐정 김전일, 슬렘덩크, 드레곤 볼, 한강, 아리랑, 태백산맥, 토지, 대망 등 상당한 분량의 대하소설들도 비웃듯 읽어냈다. 이만한 양은 '종이책 넘기는 맛 때문에 전자책은 안 산다.'라는 사람을 비웃을 만한 분량이다. 공을 들이면 종이책보다 훨씬 더 많은 분량의 책을, 그것도 아주 습관적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애착을 갖고 있으면 무엇이든 읽을 수 있는 그 전자책은 단지 그뿐이었다. 언젠가 주인에게 한 번 멀어지면 다시는 돌아보지 않게 된다. 아무리 애착을 갖고 있었어도 눈에 띄지 않으니 생각을 내서 찾아보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잊혀져 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잊힌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는. 그렇게 어디 서가 더미에서 '발견' 되었다. 와이프는 "이건 항상 어디선가 '발견'되네? 호호" 하면서 단말기를 산 나를 비꼬았다. 저번에도 '발견' 되었고, 이번에도 '발견' 되었다. 계속 발견되면서 전자책은 내게 나타날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데이터 속에 책장을 바라볼 것이고 나중에 또 '발견' 될 것이다. 그렇게라도 보는 게 어떻냐고? 그럼 어디서부터 뭘 볼 것인가. 그렇게 많은 책 들 중에, 다시 어떤 책을 열어볼 텐가. 북마크도 실제 종이책처럼 되어 있지 않아 접었던 부분을 보려면 7초 정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그 단말기를.

 

아무튼, 요즘은 책장정리 때문에 하루하루가 몸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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