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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굿즈와 서점 이슈

백희나 작가의 아동문학계 '노벨상'을 축하하며. <구름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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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아들의 전집

 

나는 아이와 책을 쌓아놓고 살아가는 아빠다. 결혼전에 서점에서 근무했으며, 서점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직장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읽는 것이 중점을 두진 않고 많이도 구입했는데. 하여 우리 부부는 분기마다 책을 버리고 정리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보름 지나면 책은 계속 쌓여만 갔다. 아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좀 백치 같으니까 솔직하게 말해보자. 책 정리를 하고 모두 중고서점에 처분한 뒤, 그 돈으로 또 책을 사재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치 막대사탕을 사서 뒤돌아서고 놀이터에서 아작아작 사탕을 다 먹으면 다시 슈퍼에 가서 막대사탕을 갈구하는 느낌인 것이다. 

 

그런 부부에게서 아이가 태어났으니 아이가 볼만한 책을 우리 부부는 정말 너스레를 3박4일 떨 수 있을 정도로 검색했다. 집에 있는 그림책은 내가 생각해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쯤에서 와이프가 더 책욕심이 많다고 얘기해본다. 아이의 도서는 그만 구입하자고 해도 기꺼이 개똥이네 중고책방을 방문해서 전집을 구매하고, 끊임없이 중고나라에 들어가 상태 좋은 아동전집을 끌어온다. 그렇게 끌어온 도서로 인해 내 도서는 이제 거의 맨 위칸에만 존재할 뿐 나머지는 전부 그림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뿐만아니라 서재에 공간이 없으니 '나중에 읽을 책'으로 리빙박스에 책들을 보관하기 시작했는데 이 책들이 점점 쌓이니까 내가 방의 주인인 것인지, 책이 방의 주인인 것인지 모르겠는 것이다. 너무 답답해서 정리하다가도 갑자기 열이 치솟아 밖을 나가면 나는 그대로 서점에 직행 또 나만의 소설을 고르겠다며 소설챕터 서가에 가서 미스터리 소설이나 읽고 자빠졌다. 결국 오늘도 세 권을 구매하고 돌아온 나다. 내 자신에게 혀를 있는 힘껏 차본다. 쯧쯧쯧쯧.

 

백희나 작가.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 구름빵, 달 샤베트, 삐약이 엄마,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아무튼 이렇게 많은 그림책 중에 단연 돋보이는 그림책 작가가 있으니 바로 백희나다. 내가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을 갖고 있는 것은 <구름빵> <달 샤베트> <삐약이 엄마>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이정도이다. 거의 백희나 작가의 대표작을 다 갖고 있는 셈인데, 이걸 내가 좋다고 팬이라서 다 갖고 있는게 아니고 여기저기 전집을 구매하다보니 백희나 작가의 책이 모아진 것이다. 전집의 구성은 대부분 좋은 스토리와 품질로 엮어내려고 출판사에서 가지각색 노력을 하기 때문에 단연 고름이 우수할 수 밖에 없는데. 백희나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모을 수 있다는 건, 그녀의 작품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실제로 아이와 읽었을때, 점토의 색감과 사실적인 묘사, 엉뚱하고 기발한 주인공의 시각과 아름다운 이미지가 한껏 어우러져 있으며. 그림책 답게 스토리도 굉장히 짧아 읽고 또 읽고 금수강산 마르고 닳도록 읽을 수 있었다. 최근에 달 샤베트를 하도 읽어주다가 내가 아들놈보다 먼저 잠들어버렸는데, 정신차리고 깨어보니 아들내미가 등을 돌리고 지 혼자 달 샤베트를 읽고 있었다(감동).

 

아동문학계 노벨상

스웨덴에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그녀의 동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스웨덴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ALMA)이 있다. 이 상은 아동문학상에 노벨상급으로 불리운다. 2002년에 스웨덴 정부가 이 상을 만들었으며, <삐삐 롱스타킹> <에밀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지었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기리며 만든 것이다. 올해는 300여명의 작가가 후보로 올랐는데, 여기서 백희나 작가가 3월 31일 상금을 받았다. 약 6억원을 받은 것이다.

이건 비교적 최근 소식이긴 하지만 예전에도 <장수탕 선녀님>은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 <알사탕>은 일본에서 MOE그림책서점 대상을 수상한다. 각종 상을 휩쓸고 다니니까 좋기도 하겠고, 그림책이니까 만들기 쉬워보인다 생각도 드는 사람 몇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백희나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어른의 눈길로서 보건데. 정말 디테일하다. 되레 아이의 디테일에 들킬까봐 너무나도 꼼꼼한 배경에 가끔 그림책 이모저모를 다시보게 된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작가의 불행

어느날 백희나 작가의 다음 작품이 너무 궁금해서 트위터를 팔로우했는데, 뭔가 수상했다. 백희나 작가가 소송 변호 창작 따위의 말을 써가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솔교육에서 2004년에 <구름빵>을 펴냈으나, 계약당시 지식재산권을 출판사에 전부 귀속하는 것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구름빵>이 아무리 잘 팔려도 백희나 작가에게 권리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요즘 음악 창작자들이 음원을 발표하고 소비자가 멜론에서 500원 내고 구매하면 창작자에겐 10원인지 8원인지가 들어온다던데, 백희나는 그것보다도 못한 노예계약에 엮인 것이다. 이런 계약은 처음 책을 내는 작가에게 관행처럼 내려오는 악덕문화였다고 한다. 

 

백희나 작가

아무튼 이번 기회에 백희나 작가가 계속해서 피를 말리면서 법원을 들락거렸을텐데, 삼계탕 하나 끓여먹고 다시 재기했으면 좋겠다. 뭐 내가 이런말 한다고 백희나 작가가 너무 아프고, 너무 늙었고, 너무 책을 안냈고 그런 것이 아니라. 그의 그림책 한 권 한 권이 감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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