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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책 팔고 꽁 돈을 벌자고? 남의 책을 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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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부분 대형서점으로 중고책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에서 중고책을 판매할 수 있는데요. 그 대형서점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제가 그때의 이야기를 몇 번에 걸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 두 번째입니다.

 

1. 신중하게 파세요.

2. 남의 책을 팔지 마세요.

3. 판돈으로 꼭 다시 책을 사세요.

4. 책을 함부로 대해주세요.

5. 웬만하면 폐기하지 마세요.

6. 모든 것을 응대할 수 없습니다.

7. 재미있었던 서점 근무. 

 


두 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한 할머님이 어린이 고객님과 함께 와서 책을 판매하려고 합니다. 어린이 고객은 입술이 나온 채 뾰로통합니다. 할머니는 어쩐지 잔뜩 화가 난 것 같기도, 혹은 다부진 표정 같기도 합니다. 상황은 어린이 고객님의 책을 팔러 온 할머님이 자꾸 책을 팔아야 한다며, 손자에게 '책도 팔고 돈도 벌고 집도 넓게 쓰고 얼마나 좋냐.'며, 판매를 강요한 그림입니다.

많은 양의 [마법천자문] 어린이 학습만화가 판매되는 장면을 보며 손자는 울먹거렸고, 그 와중에 낙서가 되었거나 표지가 심하게 떨어진 책들은 판매가 불가하다고 안내했습니다. 어어서 할머님은 "뭐 이렇게 책을 험하게 봤어? 그러니 돈도 못 받잖아." 하며 손자를 꾸짖으셨습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고객님, 500권가량을 판매했습니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10부작 대하드라마 소설부터 시작해 신영복 선생님의 에세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등등, 많은 양의 소설, 에세이, 문학, 철학 분야의 책을 판매하고 퇴장하셨습니다. 4시간 정도 흐른 뒤. 그녀의 남편이 찾아와 언성을 높입니다. "내 책들을 다 갖다 팔았어? 그거 다시 다 내놔! 뭣들 하는 짓이야? 주인은 나야!"

 


 

책 주인의 책을 허가 없이 판매한 일화들입니다. 어떠신가요? 다 제가 서점에서 근무하던 중에 있었던 일들입니다. 

 

첫 번째 사례에서 저는 되레 할머님께 말씀드렸습니다.

"할머님. 무슨 말씀이세요. 아이가 이렇게 책이 너덜너덜 해질 정도로 한자를 좋아하며 집중했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열심히 봤다니, 책을 더없이 아끼고 사랑하는 손자를 두신 것 아니겠습니까? 저라면 정말 자랑스러울 것 같은데요?"

정중하고 천천히 말씀드린 뒤.

"친구야. 정말 잘했다. 나는 이렇게 읽으라고 해도 못 읽어. 정말 부럽구나."

라고 아이에게 칭찬했습니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40대 아주머님, 같이 동행한 남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일단 진정하시고, 와이프 분께서 판매하신 내역이 있으니 추적하여 돌려드리겠습니다. 혹여 고객님께서 판매하셨던 도서를 다른 고객님이 이미 구매하셨을 경우 못 돌려받으실 수 있고, 그 사항을 아내분께서도 동의하신다 하셨으니, 이 부분 양해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응대했습니다. 남편분은 매우 분개했고, 서점 안에서 모든 것이 자신의 책 인양 훑어보며 구매하는 고객을 떨게 만들었습니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남의 책을 팔 권리는 없습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상황을 불문하고 남의 책을 판매하는 것은 남의 사상을 훔치는 것과 같다고 저는 감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는 이런 사례는 마치 도둑질과도 같아서 근무하는 어떤 때엔 마음이 참 비참해지기도 했습니다. 

 

남의 책을 판매하지 마세요. 꼭 허락을 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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