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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여행

만석닭강정, 중앙닭강정 직접 맛있는 닭들을 먹고나니. (속초 여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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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우리 가족은 속초로 여행을 떠났다. 교암 해변이 있는 경치 좋은 곳에 독채를 빌려서 4박 5일간 머물렀다. 30 발자국이면 해변에 모래사장에서 모래놀이를 할 수도 있었고, 생각보다 연일 날씨도 좋아서 텐트도 치고 즐겁게 놀다 왔다. 그간 유명한 체험관도 간간히 들르고 맛있는 집이라고 하는 곳도 찾아서 가봤는데. 속초에 있는 음식들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방에 유명한 여행지로 꾸며져 있는 곳들은 대부분 그런 것인지. 이제는 택배로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독채에서 먹었던 만석닭강정

 

나는 닭강정을 비롯한 치킨을 매우매우 좋아한다. 하루에도 두 번씩 집 앞에 있는 6500원짜리 옛날 치킨을 그렇게 먹고 싶어 하며, 두 블록 더 건너가면 있는 허름한 상가에 닭강정 집도 매일 생각난다. 하루 먹으면 그다음 날에도 생각나니, 아내가 언젠가 '닭대가리가 될 것'이라고 구박한 적도, '전생에 닭이었나'라고 의심한 적도 있다. 언제 한 번 배민 치믈리애 대회가 있을 때 나가보라며 적극적으로 부추긴 건 아내였다만, 나는 그렇게 하면 내 인생 진짜 닭대로 될 것 같아서 사이트만 훑어봤었다. 

그런 내가 만석 닭강정을 한 입 먹고 아쉬웠다. 맛이 그저 그랬다. 너무 좋아하다보니 너무 기대를 해서 한 입 먹으면 머릿속에서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 같았던 것이다. 아주 예전에 시켜먹었던 'X통 닭강정'과도 매우 흡사한 맛이었으며, 만석 닭강정 박스에는 '전화 주문 또는 인터넷 주문이 가능'하다는 문구도 보였다. 

 

집에서 먹었던 속초 중앙닭강정

 

그러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때쯤 속초 중앙시장에 들러 중앙 닭강정을 샀다. 닭강정에 실망하는 밋밋한 감정을 갖고 있던 나는 '굳이 거기 가서 닭강정 사고 싶지 않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라고 했지만, 아내는 끝까지 '집에 가면 분명 생각날 것'이라며 기여코 중앙시장으로 목적지를 찍었다. 그러고 또 나는 그 밋밋함으로 안내받았다. 더구나 매운 것을 못 먹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달콤한 맛으로 주문했는데, 역시 닭강정은 매워야 맛이 있다는 것을 또 깨달았다. 시키긴 시켰는데 이 달콤한 맛을 아내도 아들도 아무도 열정적으로 집어먹지 않으며, 닭을 좋아하는 내가 다 먹게 되었다. 그나마 밋밋한 감정을 퍽퍽한 느낌으로 만들어버린 속초의 닭강정이여... 당분간 닭이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닭강정은 식어야 맛있다고 이 두가지 박스에서는 어필하고 있다. 바삭바삭 튀긴 닭강정 한차례 식히고 먹기 좋은 특제소스로 버무려서 또 한차례 식혀서 판매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식어야 스낵적인 느낌으로 닭강정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만, 맛의 기준은 워낙 주관적인 것이라 확실하게 적지 못하겠다. 나는 탕수육을 먹어도 부어먹는 편이다. 바삭한 식감보다는 물렁하게 양념이 잔뜩 베인 고기류를 애호하는 편인데, 그래서 따끈하게 양념이 적셔진 닭강정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바삭한 식감도 무시하진 못한다. 중앙 닭강정보다는 만석 닭강정이 바삭한 느낌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편이었으며, 구입할 당시에 인테리어들도 굉장히 깔끔한 편이어서 만족스러웠다. 

 

바다가 보이는 청초수물회집에서. 평일 오전에는 사람이 없었다.

 

스마트 스토어가 열리고 모든 것이 택배로 주문이 가능한 세상에서. 우리는 굳이 명소에 가서 맛집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줄 서서 먹는다던 청초수물회도 택배가 가능하며, 거기서 먹던 인절미도 택배로 받을 수 있으니. 장소와 체험관이라면 여행의 이유가 있겠으나, 이제는 돼지국밥을 먹으러 부산으로, 오징어순대를 먹으러 속초로 가지 않아도 되겠다. 맛에 대한 관념을 바꿀 때까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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