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독서
저자 : 문유석
출판사 : 문학동네
발행일 : 2018년 12월 12일
2018년에 나왔던 읽었던 책을 다시 지금 본다. 그때 당시 무릎을 많이 치면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보고 즉시 신작인 [쾌락 독서]를 구매했었는데. 역시. 공감을 형성하는 글귀들이 탁월하게 많았다. 누구 마음대로 필독이냐는 시위 비슷한 질문도 이 [쾌락 독서]에서 나온 말이다.
누구 마음대로 ‘필독’이니? 난 ‘필’자만 들어도 상상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완장한 사감 선생이 고리타분한 책을 코앞에 억지로 들이미는 느낌이 든다. 여기 등장하는 책들은 ‘그저 어떻거든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이다.
-15p
오로지 내 마음대로 읽은 이 책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자면, 문유석 저자의 엄청나게 방대한 지식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춘향전]과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사춘기 초반에 야한 장면을 발굴해 엄청나게 탐독했으며, 슬램덩크에서 삶의 지혜를 터득한다. 요즘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가 충동질을 구매한 [채식주의자] 책을 통해서 사춘기의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 그때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필독도서라고 명시된 책들을 읽고, 독서경진대회를 위한 도서들을 열심히 읽었던 사람 있는가.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있었던가.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죽어도 그런 도서 기억 못 하겠다. 하다못해 가장 내가 가장 감명 깊었으며, 필독도서로 지정된 책은 단 한 권. 조지 오웰의 [1984]였고, 그 외엔 한 권도 없다. 그 조지 오웰의 소설마저 추후에 읽었던 것이고, 고등학생 때엔 억지로 꾸역꾸역 읽은 느낌만 가득했다.
누구나 독서가 좋은 때가 있다.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똑같은 권 수의 책을 읽는다면, 나이에 따라 똑같은 경험을 한다면 그 나이에 맞게 필독도서도 다 같겠지만. 인간은 모두 색다른 감정을 느끼며 매번 각각 새로운 경험을 한다. 그 뿐인가. 모두 감명받는 것들이 다르고, 공감하지 않는 것도 많다. 그런데 어떤 한 사람이, 또한 어떤 독서 위원회가 도서를 함부로 추천하는가. 감명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인가. 그릇된 생각과 행동들이다.
언제나 나를 위해서 독서해보자. 이제부터 어떤 책이던, 표지가 맘에들고, 인터넷에서 봤고, 텔레비전에서 봤고, 유명한 작가가 썼으니 구입하고, 가수가 소설을 썼다니 신기해서 읽어보고. 부끄러울 것 없다. 철학자 강신주는 어떤 인터뷰에서 “책은 무조건 읽으세요. 그리고 무조건 읽고 싶은 것을 읽으세요. 드래곤 볼이라도 읽으세요.”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시민의 평균 독설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책과 친해지면 좋다는 반증 같은 것이다.
우리 집은 항상 책들이 넘쳐난다. 텔레비전도 없다. 사실 와이프와 내가 텔레비전을 굳이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다. 둘 다 책을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책을 안 읽는 게 문제다.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책장 속에 끼워 놓았던 책들은 언젠가 내 손안에 들어오게 되어있다고 우리는 굳게 믿는다. 소설가 김영하는 “저희 집엔 책이 너무 많아서 생각나는 책에 생각나는 구절이 있는데 도저히 저희 집 서재에서 찾지 못하면 도서관에서 빌려옵니다.”라는 바보 같은 소리를 한 적도 있다. 책이 많으면 이렇게 사놓고 집에서 여행(?)하다가 결국 도서관에 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떠오르기까지는 그전에 독서를 했기 때문이리라.
사람 심리라는 것이 묘하다. 한가한 휴일에 집에서 뒹굴 걸릴 때는 등허리는 소파와, 손은 리모컨과 합치하는 폐인이 되는 주제에, 퇴근길 전철에서는 세상 다시없는 독서광으로 변신한다. 주변이 시끄러울수록 더더욱 책에 몰입하게 된다. 퇴근길 전철은 책이 유일한 도피 수단이던 소년기로 잠시 데려다주는 타임머신이다.
-249p
[쾌락 독서]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마지막 부분이다. 집에서는 정말 집중이 안된다. 아무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책은 힘들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새해 다짐으로 ‘한 달에 몇 권 읽기’ 따위에 다짐을 한다. 상관없다. 어떤 방식으로는 책에 대한 사랑이 멈추지 않으면 책은 반드시 곁에 있으며 언젠가는 읽게 된다. 책을 안 읽는다고, 앞으로도 안 읽을 것 같다고, 책을 무서워하고 겁내지 말자. 누구 마음대로 독서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내 자신을 위해 독서하는 것이다. 오로지 재미를 위해 독서해보자.
'도서 > 인문 고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팩트풀니스 줄거리, 뜻, 세상을 바라봤던 나의 편견과 무지 (8) | 2020.02.14 |
---|---|
아날로그 키퍼 문경연 <나의 문구 여행기>. 연필 그 이상의 이야기. (6) | 2020.02.05 |
쓰기의 말들. 오로지 자신의 것만을 쓰기 위한 처절한 날들을 위해. (6) | 2020.02.04 |
사라진 직업의 역사 - 질투와 욕망. 시대에 함축된 직업들. (4) | 2020.02.03 |
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 (2) | 2020.01.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