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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드라마

사냥의시간2 를 기다리며, 줄거리와 감상평. 결코 내 시간은 사냥 당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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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된 <사냥의 시간>을 단순하게 내입장에서 생각해본다. 다들 '내 시간이 사냥당했네.', '놓치고 간 부분이 많네.' 이러쿵저러쿵 혹평을 쏟아내곤 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영화를 고를 때 고어틱한 공포영화물은 안 좋아하지만 암울한 배경을 전제로 하는 내용을 주로 본다. 액션이나 누아르라면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그렇다고 영화를 많이 본 편도 아니며, 청년시절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했을 땐 내용 줄거리 따지지 않고 로맨스고 코미디고 만화고 봤지만. 가장 생각할 시간을 길게 가져다준 것은 누아르였다. 붉고 어두운 이미지 아래에서 떨리는 주인공의 심경을 표현하는 영화. 푸르고 습한 새벽을 길게 이어가는 영화들이 내게 깊은 감동을 항상 선사해줬다. 나와 콘셉트가 잘 맞는 친구 중엔 이런 말도 했다. 이 세상에 가장 재미있는 영화는 음악영화와 전쟁영화 같다고. 거기서 무릎을 쳤다.

 

준석 역 (이제훈)

 

아래로 이제부터 주욱 이야기를 써내려가겠지만, <사냥의 시간>은 그런 면이 탁월하다. 스토리가 조금 비어있고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을지언정 주인공 이제훈(이하 준석)과 주변 친구들의 감정 몰입도가 굉장히 충만했다. 연기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그려지는 디스토피아적 상황, 시대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최신식 자동차, 계속해서 발산하는 붉은색 조명, 우리말로 들려오는 극한의 경제위기 등. 영화가 가지고 있는 미장센이 굉장히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친구들의 연기력과 콘셉트가 조금은 설득력이 부족해도 아얘 없는 이야기 만들어내는 것 같은 비현실적인 요소는 없으니, 다 빼고 봐도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이겠다. 

 

 

결말을 제외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경

대기오염이 아주 심학하고, 대한민국은 도시 전체가 슬럼화 되어 있다. 한국의 화폐가치가 나날이 하락하자 IMF 경제위기 구조요청에도 다른 나라들이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준석의 친구들은 자신이 일했거나 훔친 돈을 우리나라 돈이 아닌 달러로 바꾸어 생활한다. 카드도 여기에선 무용지물이다. 곳곳에 휏불을 들고 파업을 하며 전기가 끊길락 말락 멀쩡한 건물도 한순간에 위태롭다. 대부분의 고층 아파트는 폐아파트로 유리창이 거진 다 깨져있고 녹슬어 있으며, 길벽에는 노숙자와 부랑자가 자거나 걷고 그라피티를 그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케치된다. 일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 같고, 삶에 희망이라곤 없는 나라 같다고 느껴진다.

 

출소. 그리고 하와이.

준석의 친구. 장호 역 (안재홍) / 기훈 역 (최우식)

준석은 영화에 나오는 그 이전에 이미 범죄를 저질렀다. 아마도 친구들과 한탕 도둑질을 하다가 본인만 잡혀간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인해 3년간에 교도 생활 끝에 출소한다. 두부 살 돈도 없는 준석의 친구 장호(안재홍)와 기훈(최우식)은 그의 출소를 마중한다. 클럽에 가서 진탕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는데. 준석은 교도소에서 만난 한 형님이 대만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여러 가지 사업체를 운영한다며, 그 사업체중에 자신도 끼어가야겠다고 친구들에게 설득한다. 함께 가자고. 이런 X 같은 곳 말고 하와이 같은 해변에서 낚시도 하고, 회도 먹고 바다도 보면서 살자고. 그러려면 20만 불의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준석의 눈 앞에 돈일 있을 리가 없는 장호와 기훈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돈이 필요해.

상민 역 (박정민)

 

급전이 필요한 친구들은 준석이 교도소에 가기전에 돈을 빌려준 상민(박정민)에게 가서 빌렸던 돈을 갚으라고 협박한다. 하지만 상민 또한 궁핍하긴 마찬가지. 해서 이들이 머리를 굴린 건 상민이 도박장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도박장에 현금뭉치를 터는 일이었다. 상민이 일을 하며 CCTV 위치를 파악하고, 친구들은 지도와 내부 동선을 촘촘하게(그렇게 범행 계획이 철저해 보이진 않았다) 그려 넣어 계획한다. 결국 총을 입수해 도박장을 한탕하는 데 성공하고, 자신들의 범행이 기록된 CCTV와 돈다발을 챙기고 배를 타고 떠날 생각에 흐뭇하다. 

 

한의 등장

한 역 (박해수)

 

도박장을 관리감독하는, 그 위에 경찰서장에게도 끔뻑하지 않는 대부격의 사나이가 있었으니 그것이 한(박해수)이다. 어찌나 무적인지 총술이 날렵하고 행동이 민첩해서 한번 잡은 표적은 놓치질 않는데, CCTV 하드디스크를 가져간 친구들을 뒤쫓게 된 것이다. CCTV에는 각종 VIP, VVIP의 자금세탁과 기타 중요 행동이 담겨있으니 그것을 회수해야 했다. 한은 그들을 아주 쉽게 찾고, 또 아주 쉽게 하드디스크를 빼온다. 하지만 친구들은 한의 표적에 걸렸으니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한은 진즉 목적을 달성했는데 "명심해. 어디에 있든 벗어날 수 없어"라며 그들을 처음 5분만 놓아주고 끝까지 추적하며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비로소 '사냥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탁월한 미장센.

<사냥의 시간> 포스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나 스토리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미쳐몰랐다. 그래서 어떻게 됐데, 이렇게 된 거야? 뭐야. 고작 그거야? 라며 보기 전에 먼저 리뷰부터 보고 평가를 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다. 물론 스토리텔링과 플롯, 개연성 등을 봤을 땐 비어있는 곳 투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영화제작자나 장르적인 요소의 이해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충분히 흡수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앞에 말했지만 어두운 조명 아래 배우들이 굉장히 훌륭하게 연기해냈고, 긴장감을 유발하는 영화음악이 귀를 압도한다. 총기 연출과 사운드, 동선, 롱 컷 숏 컷 모두 영화를 보는 내내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쿵저러쿵 국내 커뮤니티에 휘둘려서 보고 싶은 영화 안 보는 거 그만했으면 좋겠다. 내가 보고 싶으면 보는 문화로 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커뮤니티는 욕을 했어도, 나는 이 영화에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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