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식어를 알고 계신가요. 토미옹, 임토미. 모두 토미 엠마뉴엘의 별명을 한국 팬들이 지어준 것입니다. 제가 오스트레일리아에 여행을 가고 싶은 이유, 노년이 되어 그곳에 가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 토미 엠마뉴엘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서부의 석양이 지는 모습이랄까. 와일드하고도 먼지날리는 영화들 보면, 사막 한가운데 주점에서 일인자와 일인자를 노리는 현산금 사냥꾼의 대결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또는 일인자를 찾아 나서는 터무니없고 보잘것없지만 노력만은 대단한 주인공의 모습이랄까요.
토미 엠마뉴엘은 가족 모두가 음악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어쩌면 음악을 하는 걸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머니는 표를 팔고, 아버지와 형은 연주를 하고, 막내아들 토미 엠마뉴엘은 열심히 기타를 연습해 세션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 음악들은 주로 커버곡이었고, 분위기는 대부분 컨츄리 하며, 동냥 얻기 딱 좋으나 실력 있는 음악들입니다. 서양 주점에서 굉장히 휘날렸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그런 환경 때문인지 그는 자신을 찾아온 팬들에게 아낌이 없습니다. 공연 전에, 혹은 후에 찾아온 팬들의 통기타에 싸인도 해주고, 연주도 들어주고,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팬에게 1:1로 코칭까지 해줍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최연소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 정성하 군과도 아주 친분이 깊고, 같이 연주를 한 적도 있습니다. 아마 핑거스타일 카페 회원들이 날뛰어라 좋아했을 것 같네요.
사견입니다만 한국의 정서와 토미 엠마뉴엘의 성격이 어느정도 잘 맞았다고 봅니다. 훌륭한 실력자임에도 친근한 응대를 잃지 않고, 나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자세. 이런 모습들은 잘나면 배 아프고, 긁을 것 없나 찾아보고, 그래서 진짜 없으면 호감이고, 도리어 팬이 되어버리는 한국인의 자세와(...) 어느 정도 걸맞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그의 음악은 기타 하나로 통용되지 않습니다. 측면을 역시 두드리고, 비비고, 긁고 하는 행동을 통해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때에 따른 소리를 아주 잘 구별할 줄 알고, 소리에 대한 민감함이 애초에 장착되어있달까. 그래서 그런지 그가 사용하는 기타는 대부분 미친듯이 헐거워 보입니다.
최근 2019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도 유감없이 토미 엠마뉴엘은 기타를 퉁겼습니다. 365일 중에 300일은 해외를 돌아다니며 기타를 연주한다는 토미옹. 그의 몸상태를 뜬금없이 걱정해봅니다. 나 죽을 때까지 죽지 마... 영원한 현시대의 기타부기로 남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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