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격월간, 월간, 일간. 잡지나 신문 같은 시시때때로 발행되는 것들은 대부분 시기를 정해놓죠. 흔히 월간은 잡지, 일간은 신문의 성격을 띠곤 합니다. 그런데, 이건 어떤가요.
‘일간 이슬아’
매일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쓴 작가가 있습니다. 그것도 자신만 혼자 간직하는 소소한 낙서 수준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써서 독자에게 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편, 편당 500원. 학자금 대출을 값이 위해 출판사에 투고도 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대중과 작가만이 바로 연결된 매개체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중단되었다고 합니다만, 그 끈기와 실행력을 가진 이슬아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일간 이슬아]의 주제는 다양합니다만, 주로 자신의 경험담이나 느낌을 적은 에세이 입니다. 때문에 주제는 좀 한정적인데,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으면 독서 장려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추고 소개가 되었습니다. 무려 [TVN 책의운명]에서 말이죠. 그래서 지금은 일간 이슬아는 발행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발행을 하면서 몇 권의 책이 만들어졌고, 자신이 끄적인 책을 발행하기 위해 출판사 사장이 되었으며, 수줍지만 노래를 들려주고, 라디오 방송에도 나가는. 어느덧 유명인이 되었으니까요. 비꼬는 것은 아닙니다만, 처음에 [일간 이슬아]로 순풍을 탔지만 이래저래 바빠 구독자 수를 늘려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것을 포기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고생한 이슬아 작가는 과거에 노력이 있었기에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혼자서 일간으로 자신의 에세이를 자신의 노트에 조용히 쓰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슬아의 컨셉은 또 복고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어디선가 ‘패션은 돌고 돈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만, 그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게 하는 이미지들입니다. 이런 색다른 이미지는 이슬아 작가의 이목구비도 한몫을 하는 것 같기도 하며, 그 때문에 호기심에 그녀를 더 알고 싶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일간 이슬아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거 나만 읽으면 안될까. 다른 사람이 읽어도 될 만한 것일까.’ 사사롭게 적힌 문장들이, 작가 이슬아를 너무 위태롭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누드모델을 자처하고, 담배도 피우며, 자유로운 사랑을 위해 피임수술을 했고, 사랑하지 않는 동성의 친구에게 키스를 달하는. 어쩌면 비밀스럽고도 개인의 작은 비밀이 온 세상에 퍼져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불안했습니다. 사실. 저라고 하나의 독자인데, 뭐더러 걱정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건 좀 위험하다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런데 또 항상 인간은 비밀스럽고 음탕하고 즉흥적이며, 본능적이며 때론 파괴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일간 이슬아는 어떤 희생양 같기도 하고, 그로 인해 높게 올라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녀가 쓰는 것을 방해할 요소는 없어 보입니다. 매일매일의 힘을, 고통을 알고있는 이슬아 작가. 누군가 응원하지 않아도, 누군가 혹평하지 않아도 그녀의 글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재일 재밌었던 건 내가 경험한 세상이라는 것에 관해 걔랑 토론할 수 있다는 거였어.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사이드는 인간이 게으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대. 게으른 것을 너무 커다란 죄악으로 느끼나 봐. 하지만 나는 게을러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어. 모든 사람들이 미친 듯이 노력하는 세상은 나쁜 세상인 것 같다고.
413 p
반년만의 연재를 통틀어 이러한 공지를 쓰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데요. 내일인 금요일에는 평소대로 글 한 편을 발송하겠습니다. 매주 다섯 편의 글을 보내기로 하였고 그것은 꼭 지키고 싶은 규칙입니다. 오늘 휴재한 원고는 일요일 밤에 보충하여 발송하려고 합니다.
이번 주에만 평일 하루를 쉬고 주말에 판 현을 보내드리는 방식으로 연재를 할 텐데, 이해해주실수 있을까요?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하루치 원고를 천천히 기다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 달에 스무 편의 원고를 발송한다는 약속은 변함없을 것입니다.
451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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