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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 소설 에세이

양준일의 MAYBE. 편견을 버리고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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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학자가 아닙니다.
삶의 무게와 아픔이
저를 짓눌렀을 때,
영적이고 철학적인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유를 향한 길을 찾았을 뿐입니다.
-책을 열며

 

양준일 - MAYBE

 

에세이를 가장한 화보집이라고 소개해도 될만한 책을 한 권 골라봤습니다. 원래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이후로 에세이집은 질색팔색 합니다. 괜히 SNS에 올릴법한 문구들만 따다 놓아 자신이 대단한 통찰을 한 것마냥 떠들어대는 그런 책을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책이 잘 팔릴 때 저는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본래 블로그에 포스팅할 때에 제 개인적인 철학은, 아무리 자신의 의견이 확고하고 굽힐 의지가 없더라도 웬만하면 의견이 치우치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생각입니다만.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서는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종이가. 아깝습니다. 그 이후로 이기주 작가의 신간은 쳐다도 안 봅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말글터]에서 출판된 책도 안 쳐다봅니다. 이건 비단 저자를 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 그 위에 소비자를 우롱하는 사람을 지적하는 제 필사적인 몸부림과도 비슷합니다. 

 

죄송합니다. 이기주 작가를 생각하자니, 조금 욱했습니다만. 양준일의 <MAYBE>를 동네서점에서 보자니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던 것은 사실입니다. 허황된 문구에 자신의 사진을 덧붙여 깨달음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약 30년 전에 인기가요에서 불현듯 사라져 버린 가수가 갑자기 유튜브로 인해 '소환' 되었는데, 그의 무대 매너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센스 있고 멋지다는 것. 그것은 그러려니 했었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그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 궁금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지지리도 책을 안 읽고, 책을 위해 검색하는 것 조차 굉장히 시간을 아까워하는데. 이상하게도 평가와 냉철함은 웬만해서, 그의 무대 매너가 30년에 영상을 봐도 멋지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는 이렇게 인지도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사 봤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편견이 있어서 그런지. 남의 사생활에 그렇게 관심이 가지 않는 그 어떤 사람중에 평범한 저라서 그런지. 글은 많이 와 닿지 않았습니다. 제가 태어난 그 해 어느 때쯤 데뷔한 양준일이라니. 게다가 자라오면서 가요 프로그램과 아이돌은 그다지 관심 밖이었던지라 노래방에 가도 부를 줄 아는 노래가 없었던 저에게 더. 양준일은 관심 밖에 있어서 그렇게 감흥이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재미교포 출신이건, 의류 사업에 영어강사에 서빙을 했건, 일본과 홍콩을 오갔건, 상관 없었습니다. 이 에세이가 무엇이 그리 중하고 깊은 통찰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 싶은 제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래 그래서? 네까짓 게 뭔데? 라고 생각하며 삐뚤어진 독자의 마음으로 빠르게 양준일의 사진을 넘기고 있으니 벌써 책 끝장에 손이 가 있는데, 역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느낌이었고, 또 삐뚤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특별하지 않은 사생활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사람의 맛집 투어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사실일 겁니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양준일을 보고싶어하지 않았나 봅니다. 양준일은 저에게 그저 일반인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보통 사람으로의 양준일로 보기를 자제했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저도 좋아하기를 택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양준일의 깊은 눈주름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양준일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에세이를 위장한 화보집 같은 것을. 저는 양준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보통 사람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관심의 시작은 이렇게 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저는 대단히도 거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생각을 바꿔 그가 정말 대단해 보인다고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진심은 어느 경로가 되었건 지금부터 통하고 있습니다.

 

아참. 그래도 이기주는 싫어합니다.

 

이 책으로 삶의 본질을 갈구하는 여정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그 생각들이 매우 본질적인 것과 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영원을 향하고 있으니까요.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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