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창업자들에게 떠도는 말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맛없는 커피는 알아도, 맛있는 커피는 모른다."
대충만든 커피가 손님을 끊고, 좋지 못한 분위기가 썰렁한 매장을 만든다는 이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를 얼마나 많이 소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은 지나가다가 900원짜리 커피도 많이 보입니다. 이디야 커피숍도 1,900원 부터 아메리카노를 시작했으나, 박리다매 컴셉으로 시작하여 결국 2,500원의 가격으로 아메리카노를 팔고 있습니다. (가격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오른 건 맞습니다.)
그렇게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집에도 커피머신을 들이고, 믹스 커피말고, 맥심 말고, 이제 원두 커피를 즐겨보자는 의미로 인스턴트 아메리카노를 대량으로 구입하기도 합니다. 저도 예전에 카누를 사다가 줄창 마신적이 있는데, 사은품으로 주는 텀블러를 모으는 취미를 가진 지인도 있었습니다. 그때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이 아깝다며 카누만 30잔을 먹다가, 어느날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기분 아실겁니다. 아, 이래서 우리가 커피숍 오는구나. 정말 다르구나. 커피가.
그럼에도 원두가 고작 콩이고, 볶는 방식이 다 다르다지만, 아무래도 테이스팅에 대한 정보는 좀 무리하다 싶을때가 있습니다. 커피는 본래 쓴데, 달콤함을 품은 향기라뇨, 캬라멜 향기가 난다뇨, 부드러운 오렌지 풍미라뇨. 이건 말도 안돼요. 맛있는 건 알겠는데, 커피에서 왜 자몽맛이 난다고 표현하는지 저는 대체 모르겠지 뭡니까.
그런데 또 막상 마셔보니까. 그 맛이 나지 뭡니까.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그런 속담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미술관에서 전시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런거다 싶은, 그런 맛인 겁니다. 설명을 보면서 마시니까 커피가 괜히 의미있고, 내 자신이 멋진 경험을 한 기분이 듭니다.
오늘도 '대충' 아메리카노로 하루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이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이제 맛있는 커피를 찾아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새로나온 원두라고, 맛있는 원두라고, 아무리 비싸도 스타벅스라고 그렇게 무의식에 사마시지 말고.
썬 드라이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첼렐렉투 (SUN-DRIED ETHIOPIA YIRGACHEFFE CHELELEKTU)
화사한 꽃향기, 잘 익은 베리의 달콤함과 초콜릿의 풍미
지역 : 아프리카 / 에티오피아
가공방법 : 자연 건조
Enjoy with : 블루베리 베이글, 블루베리 쿠키 치즈 케이크
Best when : 잘 익은 과일같은 달콤함이 매력적인 커피를 만나보고 싶을 때
-첼렐렉투는 뛰어난 품질의 커피로 유명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지역에 있는 워싱스테이션입니다. 이 지역의 커피는 예로부터 풍미가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지만, 특이 이 커피는 오로지 자연의 힘으로 가공하는 자연 건조 방식으로 가공되어 한층 더 풍미가 깊고 풍부합니다. 빨갛게 잘 익은 커피체리를 수확한 뒤, 햇볕을 잘 받는 곳에 널어놓고 고르게 건조될 수 있도록 수시로 뒤집어줍니다. 이처럼 커피 체리를 그대로 건조시키는 자연 건조 방식은 자칫하면 수확한 커피를 망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잘 익은 과일의 달콤함을 품은 아주 매력적인 커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리저브 커피는 이번이 두 번째 이며, 잦은 경험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실때마다 특별한 경험을 받는다는 느낌은 충분합니다. 특히 바리스타가 굉장히 스페셜하게 대우해주는 기분이 듭니다. 리저브 바에 앉아서 바리스타가 직접 내가 주문한 커피를 드립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그리고 '시향 해보시겠어요?' 라고 간혹 묻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더더욱 커피 한잔의 의미는 특별해집니다. 만약 리저브 커피를 마신다면, 리저브 바에 앉아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장면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상대가 부담될만큼 지켜보세요. 그리고 커피가 나오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마셔보세요. 추가로 나오는 초콜릿 칩 또한 어느 커피에도 잘 어울릴 만큼 기분 좋은 디저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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