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노블이란, '그림 소설'이라는 뜻입니다. 한국 서점에서는 '미국 만화'. 더 나아가서는 서구권 만화를 통칭하는 말로 통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단행본 만화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본래 만화는 영어권에서 Comics라는 단어 대신 Graphic Novel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만화는 어린아이나 보는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어였다고 하죠. 때문에 그래픽 노블 분야는 좀 더 예술의 위치에 있기도 하고, 소설의 형식을 비치기도 합니다. 말풍선보다는 해설의 글밥이 더 많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그래픽 노블과 코믹스는 본질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만화와 그래픽노블을 각종 서점에서 따로 배치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이전까지는 유머/풍자 코너로 따로 마련되어 있었으나, 그 가치가 인정받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각종 출판사에서 그래픽 노블이란 '만화이긴 하지만 소설만큼의 깊은 이야깃거리와 기존 만화(코믹스) 보다 더 예술적인 그림으로 승부한다.'는 마케팅 문구가 되었지요. 그래서 대중에게는 '예술성이 높은 만화'정도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만화나 그래픽 노블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너무 모호하게 마케팅 수단으로 끌어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긴 합니다.
카테고리를 너무 '예술성'이라는 단어로 끌어들인 것 아니냐, 결국 만화가 아니냐는 편견을 이번 기회에 확 깨부수는 계기가 될만한 그래픽노블이 탄생 직전에 섰으니. 바로 <기생충>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이미 수상하고, 국내 영화상을 포함 전 세계에 220여 개의 상을 받고, 또 계속해서 흥행에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기생충은, 그 스토리보드 또한 값을 하며 그래픽 노블 분야에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사이트에서도 기생충 스토리보드는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니, 할 말은 다 한 것 같습니다. 아직은 스토리보드일 뿐이며, 5월 중에 스토리보드를 앞세워 그래픽 노블로 정식 판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스토리보드는 감독이 어떻게 촬영을 할 것인지 머릿속에 있는 기반을 적어내려가는 가장 충실한 매개체 하고 생각합니다. 하여 영화가 인기 있었던 만큼 봉준호의 촬영 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또는 어떻게 각도를 잡고 있는가를 공부하기 위해 수많은 영화 팬들, 그리고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또 곧 출시될 그래픽 노블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소설의 기반을 어느 정도 가미한 '예술작품'으로 출간되기에, 기존에 그래픽 노블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겠습니다.
더이상 만화는, 아직 어린티를 벗어나지 못한 어른이들의 분야가 아니게 됐습니다. 만화로 보는 역사, 만화로 보는 상식 등, 배우는 만화는 시중에 널렸지만, 예술을 위한 만화가 그래픽 노블을 통해 더 많이 출간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나저나, 기생충 그래픽노블은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다고 하는데, 봉준호 감독이 첫째장에 스토리보드만 관여한다는 것 같더군요. 더 자세한 내용은 출간이 된 후에 알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그래픽 노블에 또 다른 판을 짜는 것에 봉준호감독이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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