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떠오른 웹툰 작가가 있습니다. 2015년 아마추어 만화가들 사이에서 슈퍼루키로 떠오르며 그 존재를 들어낸 사람의 이름은 오민혁. 청강대학교라는 이름도 못 들어본 대학교를 졸업해 뛰어난 연출력과 스토리텔링으로 단편들을 개제했는데요. 만화는 역시 이미지로 보는 것이라서 그림판 같은 그림실력에 대해 문제를 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스토리 자체가 매우 간결하고, 또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더욱더 진정성이 드러나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오민혁의 웹툰은 디시인사이드, 루리웹, 오늘의 유머 등 커뮤니티에서 추천 게시물로 올라갔습니다. 그 인기를 알아챈 네이버 웹툰에서 오민혁의 단편선을 묶어 띄우게 되고, 오민혁은 정식으로 웹툰 작가가 됩니다. 처음 바둑을 소재로 그린 만화 <화점>을 시작으로 작가가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내느냐가 중심 화두였는데, 그 기대만큼 뛰어난 연출력을 계속해서 쏟아내는 중입니다.
그 인기를 몰아 <오민혁 단편선 화점>으로 출판사 거북이북스에서 단행본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단행본은 2015년 11월 부터 2016년 1월까지 짧게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었던 총 5편의 만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단행본에는 단행본에만 수록되어 있는 또 하나의 단편집 '우주어'를 추가해서 6편으로 묶었는데요, 이 여섯 작품 모두 작화 방식은 단조로우나, 밀도 높은 연출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적었다시피, 화점은 이미 대표작이며 그 유명세가 대단합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다시 보러 왔습니다." 하는 글들을 여럿 봤었습니다. '화점'의 뜻은, 바둑판에 그려진 9개의 검은 점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야말로 바둑 이야기인데요, 스승을 뛰어넘으려는 제자의 욕망과 그를 바라보는 스승의 시선이 화점에서 만납니다.
바둑 기사인 박한수는 자신의 스승님과 바둑 대회에서 승리한 후 그만 은퇴하시라고 말합니다. 스승님은 바둑대회에서도 늘 그랬듯, 꼭 승부를 가리지 않아도 재미있으면 됐다고 하지만, 승부욕이 강한 박한수는 패배자들에게만 어울리는 변명거리라며 스승님을 무시합니다.
얼마 후에 스승님은 세상을 떠나고, 박한수는 스승님과 함께했던 추억을 생각하며 그가 있던 집으로 향합니다. 거기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무언가에 이끌려 옛날 방식의 바둑판을 들고 대청마루로 나오는데, 비가 갑자기 쏟아집니다. 상념에 젖어 멍하니 앉아있는 동안 갑자기 지붕 위에서 빗방울이 바둑알 통으로 떨어지고, 점점 빗방울은 마치 바둑돌처럼 화점을 찍고 박한수와의 대결을 시작합니다.
오민혁의 단편 웹툰을 모르는 분들이 많을텐데, 이 짧고도 강렬한 작품이 단행본으로 비로소 출간되었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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