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음악을 자칫 들으면 어색하거나, 오그라들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어느 정도 이들의 음악이 궁금해서 앨범을 구매해 거실에 틀어놓으니까 와이프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뭐지? 이 엄청난 음악은?"
티스퀘어 밴드의 음악은 격정적이며, 매니악한 느낌도 납니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그들의 곡을 제대로 들어봤다면 다음 곡이 궁금할 겁니다. 물론 제가 이렇다 할 정도로 따라다니거나 앨범을 사모으거나 멤버를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멤버를 계속해서 교체하면서 20년 정도 유지된 밴드이기도 하고, 30장 이상의 앨범을 발표해서 결국은 하루에 한 개의 앨범을 들어도 티스퀘어의 전곡을 못 들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음악을 뽑아내기도 했습니다. 티스퀘어 밴드를 따라가는 것은, 아마도 일본 문화의 한 획을 따라가는 것과도 같을 겁니다.
티스퀘어의 음악에 유명하다는 곡을 한번쯤 틀어보자면 5초도 안 되는 인트로에서 '파핫.' 하고 실소를 터트리게 됩니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 CF로, 인트로로 많이 쓰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거의 앨범 라이브러리를 통째로 우리나라에 쓰인 앨범도 있습니다.
듣다 보면 아저씨가 되었다는 느낌도 사뭇 듭니다. 이런 격정적인 음악은 중년의 남성이 속을 불태우고 야근을 불사 지르며(?) 듣는 곡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오늘도 영업을 마친 오부장님이 근처 호프집에 홀로 앉아 마카로니에 맥주를 마시며 넥타이를 풀어헤치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신디사이저와 색소폰 연주가 올드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대중들에게 친숙한 음악이기도 하고, 또 이상하게 정이 가는 밴드입니다.
근래에 3개월간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던 음악이 있습니다. Sunnyside Cruise 인데요. 특히 링크로 첨부해둔 35주년 공연에서의 색소폰 연주자 미야자키 다카히로(Miyazaki Takahiro)의 연주가 제격입니다. 혹자는 색소폰 연주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데, 페이지 댓글에서 어렴풋이 본 것 같습니다. 가장 가슴 뛰고 황홀한 연주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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