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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산문 수필 비문학

하우위아 임소라 지하철 여행기 <서울, 9개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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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달라고 부탁한다면 "나 지하철에서(이상한) 사람 봤어." 정도로 대답할 것이다. '이상한'과 함께 생략된 '멀쩡한데(이상한) 아무리 봐도 (이상한), 당시엔 별생각 없었는데 이제와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상한), 살면서 본 사람 중에 가장 (이상한)'등의 수식어와, 그런 이상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어떤 점이 이상한지 궁리하고 원인을 찾아낼 때마다 소스라치게 이상해하는 짓을 노선별로 반복하는 자신이 제일 이상하다는 깨달음으로 상세히 풀어쓰는 것으로 170여 페이지를 채웠다. (중략) 이책을 펼치기 전 어떤 종류든 일말의 기대를 품었다면, 본문은 그 기대로 하여금 열차와 슨간장 사이만큼이나 동떨어져 있을 것이다. 그래도 마저 읽기로 했다면, 당신은 언제든 내릴 수 있고 다시 탈 수도 있다. 기쁜 마음으로 당신의 승하차를 환영한다.
-13p

 

서울 9개의 선

 

임소라의 글은 B-한 느낌이 있다. 독립서점을 수원에서 열고 부지런히 소비자를 기다리다가 그 기대를 접어버리고 폐업, 책을 썼는데 생각만큼 기대치만큼 아니 입에 풀칠하지도 못할 정도로 적은 액수를 받아 황당하기까지한 작가의 생활 끝에 '하우위아'라는 개인출판을 혼자 만들고, 어떻게든 혼자서 책을 쓰고 책을 출간하고, 홀로 굿즈를 제작해서 수익을 내고 있는 당찬 작가다. 그녀의 책이 참 재미있었던 경험이 있는데, <파생의 읽기> 라는 책에서 부터 였다. <파생의 읽기>는 그녀가 손에 넣은 책에 대한 탐구 혹은 독후로 부터 나오는 가지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보통의 단행본 서적도 물론이지만 이케아 카탈로그나 어문법을 정리한 외국어 어학서적에서도 나온다는게 놀라웠다. 게다가 '후회 막시무스' 같은 단어를 골라가며 써내려가는데 이건 비단 보통의 대중이 아닌 '이걸 아는 사람만 웃어라' 라는 느낌의 글들로 배치되어 있으니 때에따라 배꼽지뢰를 밟은 듯 한참을 웃고 보고 또 한참을 웃은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임소라 작가의 책은 무난하게 실패해도 사는 편이며, 일전에 독립출판서점에서 임소라작가를 우연히 만나 예전에 만들었던 박스테이프 굿즈는 더이상 만들지 않냐고 말한 적도 있다. 당시 그 테이프에는 박스테이프에 이렇게 로고가 적혀져있었다. "그렇게 할말을 해놓고 또 말을 한다고 그렇게 할말을 해놓고 또 말을 한다고 그렇게 할말을 해놓고 또 말을 한다고" ...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듯 자아비판이 새겨진 문구의 박스테이프를 중고나라에서 누군가 내 물건을 사갈때 포장에 사용하면 굉장히 마음이 유쾌해진다. 어떤 때에는 "이 박스테이프 뭐예요 ㅋㅋㅋ" 하면서 웃었던 중고나라 거래자도 있었다. 아무튼 임소라 작가는 뭔가 웃길려고 노력하는데 그 유머센스가 다분히 싱크탱크의 느낌이 풍겨서 항상 더 보고 싶어진다. 주저리 말이 많았네.

 

이번 <서울, 9개의 선>에서는 임소라작가가 서울 시내를 거미줄처럼 엮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상황들을 관찰한다. 게다가 끼적끼적 적어내려간 수필집이다. 출퇴근, 혹은 누군가의 만남을 위해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 99퍼센트 일지언데, 작가는 수첩하나 들고 그들을 조사(?)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부지런히 적어내려간다. 상상만해도 웃기지 않은가. '엇 저기 이상한 사람이다.' 하고 관찰하며 수첩에 끼적이고 있는데, 문득, 가장 이상한 사람은 작가 임소라 자신인 것이다. 아니 누가 지하철 9개선을 줄줄이 시작점부터 종점까지 목적지도 없이 타고 가면서 이상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또 적어내려가는가.

 

그런데 그런 이상한 조사에도 희한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지하철마다 분위기가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명동으로 출퇴근 할 때 파김치가 되고, 개화역을 지날때 개화역이 주는 고요함과 한적함'이 그랬다. 기관사는 개화역에 지하철이 정차할때 아주 공들여 안내방송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실제 자신의 이름을 방송하고, 가양역까지는 개화역에서 출발하는 일반 열차가 더 빠르다는 TMI까지 선보인다. 하지만 이글을 읽는 9호선이 알면 단연 이 정보는 TMI가 아니겠지. 너무 좋아하겠지. 

 

이번 역은 발산역인지 수렴역인지 너희 알 바 아니라는 식의 안내 방송 후에 따라 나온 2번 출구의 생생통증병원 광고는 또 음질이 때뜻했다. '생생'과 '통증'의 조합이라니 병원 이름이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싶어 갸웃거릴 때 청년을 비롯하여 몇 사람이 내린 후 아무도 타지 않았다.
-5호선 중에서.

 

다들 알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서울은 가장 밀집도가 높은 지역이며, 서울에서도 지하철은 대중교통으로 가장 유입인구가 많은 교통수단이다.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속에서 임소라는 자신만의 비마이너스급 시선으로 쪼그리고 앉아 적어내려갔고, 아무렇지 않게 이 책은 출간되었다. 마치 '아무도 안보니까 내 마음대로 쓰겠어' 하는 블로거가 작정하고 지하철 매니아인 것 처럼 써내려갔다. 하여 보는 입장에서 '이건 나만 알아야 겠는걸' 하는 비장하고도 비밀스러운 마음이 생기는데, 은근히 또 술자리나 재미있는 친구 만나면 이런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아참. 비마이너스급이라고 계속 써내려가긴 했다만, 책을 여러권 출간한 사람이기도 하며 책에대한 경험을 온통 몸통 박치기로 경험한 저자라서 뼈대가 굵다. 이미 임소라는 동네 독립서점에서 꽤나 스테디하다. 그녀의 책들이 6차 7차로 계속해서 보급되는 이유는, 비단 그녀의 책이 같은 사이즈에 같은 폰트로 만들어낸 대여덟권의 책이 반듯해보여서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책을 한번쯤 구매해서 읽으면 그녀를 한번쯤 다시 검색해보게 될 것이다. 결코 쓰는건 비마이너스 급이지만, 그리고 판매부수도 비마이너스였지만, 이제는 독립출판계의 에이플러스 급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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