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셋집에 이사 온 뒤 은근히 주방 후드가 골치였다. 완전 올수리 된 집인데. 몰딩이나 문짝에 페인트 냄새가 너무 심해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으니 그 냄새를 빼는데 일주일 정도는 고생했다. 아무려나 아얘 새 집으로 이사 온 것 같은 느낌은 있어서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살고 있었지만, 주방에서 튀기고 지지고 볶고 하는 요리과정 때문에 전혀 깨끗했던 주방이 기름 범벅이 되면서 청소가 항상 아쉬워졌다.
하여 이런저런 제품들 정말 많이 사용해봤다. 처음에는 알코올로 간단하게 시작했다. 퐁퐁으로 문지르거나, 알코올로 또 비비거나, 천연재료인 베이킹소다나 구연산도 사용했다. 그러다가 가스레인지 전용 껍질을 구매해 스티커처럼 발라도 봤는데, 미관상 좋지 않아서 금방 떼다 버렸고, 기름 튀김 방지 매트를 붙여보기도 했지만 역시 깔끔하지 않았다. 뭔가 특단에 조치가 필요했었다.
사람 참 간사한 것이. 유튜브를 보다가 어떻게 알고리즘이 나를 이렇게도 잘 아는지, 주방 환풍기 부분 후드 부속을 완벽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클리너 영상을 보여준 것이었다. 뿌려주고 수세미로 살짝 걷어냈을 뿐인데 저렇게 상쾌해 보일 정도로 깨끗하게 닦일 수 있단 말인가. 저걸 의심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믿고 질러봐야 할까.
사람은 영상에 대단히 많이들 속는다. 나 또한 그런 것 같다. 일전에 잠자기 전에 발에 붙이기만 해도 각선미를 살리고 붓기를 빼주는 발 패치를 비싸게 돈 주고 사서 와이프에게 선물, 와이프가 귀찮아하자 자고 있는 와이프에 발바닥에 붙여주곤 어떠냐며 귀가 간지럽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전혀 모르겠다던 그 발 패치를 포함해서. 이번 깔끔 대장 강력한 다목적 클리너도 그다지 큰 효율을 보진 못했다. 아니 글쎄. 내가 그래도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4통을 한 번에 구매하고 꾸준히 그래도 사용하는 걸 보니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와~" 할 정도로 깨끗하게 닦이진 않지만, 이정도면 선방이다. 아주 묵은 때가 있는 부분은 몇 차례 분사해주고 때론 기다려야 하며 힘줘서 닦아야 하는 리스크가 있지만. 락스보다 냄새도 덜하며, 분무기로 분사하기에 청소할 때의 번거로움이 없다. 눈이 시리거나 거부감이 없고. 그렇다고 다른 분무 형태의 세재보다 세정력이 탁월한 것은 맞다. 하여 나는 화장실 청소를 할 때 특히 애용하곤 한다. 하지만 초기의 목적처럼 환풍기 후드의 묵은 때를 아주 시원하게 벗겨주진 못한다. 해서 나는 이걸 산 이후로 환풍기 후드를 잡아먹겠다는, 그러니까 아주 구워삶아 먹겠다는 심정으로 4일에 한번 꺼내서 다목적 클리너를 아주 적셔주고 계속해서 닦아내고 있다. 사실 환풍기 후드만큼 손이 안 가는 청소구역이 또 어디 있고, 이처럼 관리 안 되는 구역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런 목적이라면 또 이런 목적만큼 공을 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재구매 의사는 없다. 충분히 좋긴 했지만, 더 "와~"하고 싶은 제품을 찾고 싶은 마음이다. "와" 하진 못했으니 이건 여기서 끝이다. 아참. 분무이기도 하고, 4통을 한꺼번에 샀는데, 뿌리다 보면 금방 쓴다. 처음에 배달 왔을 때 한통을 오로지 환풍기 후드에 바쳤으니... 의외로 양이 적은 건지, 또는 적다고 내가 느끼는 건지 모르겠으나. 금방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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