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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요리 레시피

한비네 음식. 아이주도 이유식. 이제 요리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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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가장 잘 활용했던 책 두 권. (한비네 집 맛있는 이야기/ 아이주도 이유식 레시피 북)

 

아빠가 한 음식이 그렇게 맛이 없어? 

나는 아이가 분유를 먹기 시작한 뒤로 쭉 내가 직접 아이의 식사를 챙겨 왔다. 아이 반찬은 항상 어려웠다. 쌀미음과 누룽지로 시작한 아이의 이유식은 날이 지날수록 소꿉놀이 같고 어려웠다. 가장 처음에 간 소고기를 데친 다음 망에 걸러 내야 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걸 아이가 먹는다고? 그리고 이 행위를, 매번 해야 한다고? 아이의 식사를 직접 챙겨보겠다며 구입한 다양한 식기들을 이용하자면 한 시간이 훌쩍 넘길 정도의 요리 시간이 걸렸고, 그걸 제시간에 먹는 것도 아니요. 그걸 마음에 들어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정성 들인 음식을 아이가 거부하면 아무리 내 아이어도 화가 치밀었다. 두 돌 때쯤 되었을 때 아이에게 "아빠가 한 음식이 그렇게 맛이 없냐?"라고 대답할 줄 모르고 한 질문에 아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응"이라고 해서 황당했었다. 

 

의자에서의 전쟁.

좌식이 아닌 입식으로. 우리 가족은 이사 오기 전까지 쭉 입식이었다. 부부 서로가 의자에 앉아 밥을 먹는 상황에서 아이도 앉혀서 밥을 먹여야 했는데, 안전벨트를 매고 있을 때 아이는 반찬 투정이 더 심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는 밥 먹는 시간이 고문 같았을 것이다. 먹여야 하는 아빠였고, 억지로 먹어야 하는 아들이었으니. 뽀로로를 보여주고, 도리도리 까꿍을 하고, 비행기가 날아갑니다 입을 벌리세요 숟가락이 춤을 춰도, 어쨌든 아들은 밥은 먹어야 했다. 이렇게 입장 바꿔 생각하자니 요리를 했던 나도 고생이었지만, 먹는 아이가 정말 고생이 컸구나 싶었다. 

 

이유식 업체는 많이 시켰었지만 결국은.

안 써본 반찬 업체가 없다. 베베쿡 푸드케어 뽀뽀또 본죽 등등. 결국에 그 반찬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도 반찬 회사마다 특유의 육수 냄새가 배어있었고, 이를 또 아이가 싫어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먹여야만 했는데 또 어떻게든 거부하는 아이를 보며 괘씸하니까 당해보라고 3일 내내 누룽지만 끓여준 적도 있었다. 장염인지 감기인지 3일 연짝 쌀미음만 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해 병이 나은 뒤에는 식욕이 폭발했다는 어느 엄마의 재미있는 포스팅을 봐서 더 그랬던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여전히 누룽지를 먹어도 끝까지 누룽지만 먹었고, 거 참 이상하게도 달달하고 맛있는 사탕 앞에서도 할아버지들이 먹는 뻥튀기 같은 과자를 더 좋아했다. 

이리저리 반찬을 시켜보다가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리는 음식이 더 많아져, 결국엔 내가 좀 요리를 못하고 아이가 좀 덜 먹더라도, 좋아하는 것 위주로 줘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김을 좋아했고, 생선을 또 좋아했다. 비린내를 감당하지 못할 생선구이도 손으로 들고 먹으니, 고기류를 좋아하는가 싶어 닭봉도 조려봤으나 영 반응이 좋지 않았다. 생선만 좋아하는 것이었다.

 

남아 4살 아이를 먹여 살리면서.

그렇게 세월이 지나 4살이 되었다. 아이는 여전히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다. 안 먹는 음식이 많다. 하지만 아빠가 한 음식이니 한 번만 먹어달라고 조르면 먹는다.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니, 맛이 없어도 먹어주는 배려가 가능해진 것이다. "맛없어. 차라리 김 줘."라고 뼈아픈 발언도 여기서는 용서된다. 아얘 거부하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억지로 먹이던 1년 전에는 아이가 음식에 대한 강한 거부감마저 생겨버려서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을 모두 거부했었다. 과일도 다르지 않았다. 먹는 건 오로지 블루베리뿐이었다. 너무 내 입장에서 새로운 음식을 강요하고 억지로 먹였으니, 다른 음식은 아무리 좋아 보이고 맛있어도 거부하는 것이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아이에게 음식에 대한 강요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근래엔 아이의 밥을 차리는 게 할만해졌다. 다지고 볶고 할 수 있는 반찬들이 점점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 반찬을 하기 전에 간을 덜하고 반찬을 따로 담아두니 그제야 아이가 나와 같은 반찬과 밥을 먹는다는 생각이 들고. 같이 한 식탁에서 싸우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게, 내가 더 이상 도둑이 눈치 보며 밥 먹듯 빠르게 먹어야 하는 상황도 없다는 게. 지금은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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