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학창시절 종교는 강제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기독교에 강요되어 왔으니 그 사실도 몰랐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건 '그냥 좋은 것' 이었습니다. 군대 제대 후. 마침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계획할 수 있는 그때, 종교를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얼마나 자유롭지 못했나. 교회에 가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그렇게 교회를 안 가고 10년이 지났습니다. 이 책으로 인해 종교를 다시 보게 됐고, 비관적으로 봤던 시각을 좀 더 다양하게 보게 됐습니다.
종교에 대해선 겪어본 바가 매우 많고 할 이야기가 정말 많아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세 챕터로 구성해서 진행 했습니다.
1. 지나친 전도. 싫증 나는 기독교
2. 세뇌 되어버린 종교. 무종교인에게 주는 불평등.
3. 종교 없는 삶.
종교 없는 삶
저자 필 주커먼
출판 판미동
발매 2018.09.11.
종교 없는 삶.
-종교가 없는 건 죄가 아니다. 물론 모두가 무종교인이 되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종교를 열렬히 믿다가 갑자기 믿음을 잃고 투철한 무신론자가 된 사람들이 있는 반면, 평생 종교가 없다가 갑자기 종교적 믿음을 찾아서 아주 독실한 신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평생 전적으로 종교적이거나 전적으로 무종교적이지도 않고 두 가지 성향을 동시에 드러내는 이들도 많다. 또 어떤 시기에는 특별히 종교적으로 느끼고 행동하다가 다른 시기에는 눈에 띄게 무종교적으로 변하는 이들도 있다.
138p
종교의 진리를 알겠다고 깝죽거리다가 외면당했고, 신학대학 진학을 거부하니 담임 선생과 관계도 어긋났습니다. 제가 바라봤던 종교인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맹목적인 믿음뿐이었습니다. 물론 지금 와서 누군가 자세히 알려 준다고 해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받았던 불평등이나 납득되지 않는 설교들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언젠가 더 시간이 지나면 종교를 믿을 수 있겠지요. 그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또한 신실한 기독교 신자에게 예수님을 믿지 말라고 강요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서로가 존중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내 납골함에는 십자가를 넣지 마.
그는 고인이 사랑하던 시나 음악을 장례식에 집어넣고, 장례식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포함시키고 싶어 하는 다른 사적인 특별한 요소들도 수용했다. (...) "삶은 당신이 의미 있기를 바라는 만큼 의미를 가져요. 죽은 뒤에는 계속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삶을 무의미하다고 느끼고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것 역시 당신의 선택입니다."
-320p
만약 내가 일찍 죽는다면 십자가가 그려진 납골함에 넣지 말아 달라고 와이프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에 관해 간혹 이야기합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와이프였는데, 어떤 장례식장에서 망자가 자신의 장례를 어떻게 치르고 싶어 했는지 몰라 상주가 고민을 심하게 했나 봅니다. 평생을 함께하는 우리 둘 중 누구 한 사람 먼저 죽는다면, 남은 한 사람은 어떤 장례 절차의 굴레를 떠나 상대방의 장례를 흡족하게 치러줘야 할 것입니다. 저는 종교와 무관한 저의 장례식을 생각해봅니다. 음악을 틀어줘. 이병우 음악이나 정성하 음악 같은 거 잔잔하게. 문상객에겐 닭강정을 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잖아. 맥주도 많으면 좋고.
-창조주가 없다면 진화를 설명하라고? 그냥 모를 뿐이다.
감탄할 만한 과학적 진보 덕에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줄이고, 소통을 개선하고, 이동성을 증가시키고, 에너지를 이용하고 지식을 넓힐 수 있게 되었지만, 이것들이 다 무엇을 의미하며 애초에 왜 있는 것인지, 실제로 어떻게 이것들이 가능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철학자 앙드레 콩트 스폰빌이 인정했듯 '모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344p
아들이 종교를 믿고, 제가 중학교 때 아버지에게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요했던 것처럼, 어떤 진리에 대해 어른으로서 설명하라고 한다면 저는 모른다고 답할 겁니다. 이 세상에 진리는 모르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오늘의 행복, 내가 살아있을 미래에 대한 계획. 과거에 대한 상념과 후회가 있을 뿐이지 아담이 뭘 먹었는지, 말하는 뱀이 무엇이며, 우리는 왜 원숭이의 후손인지 자세히 이야기하려고 공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신은 모르겠지만, 종교는 좋다더라.
물론 종교는 많은 사람들이 믿고 따르니 분명히 위대한 것이겠죠. 성경이 베스트셀러라는 걸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말한 바 있지만 지금은 무종교인이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라고 해도, 어느 순간 종교인으로 살게 될 수 있습니다. 종교가 나쁜 것 만은 아니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첫째는 죽었죠. 자동차에 치어서요. 8살밖에 안 됐었는데 말이죠. 저는 언제나 무신론자였는데, 당시에는 그게 참 공허하게 느껴졌어요. 아들이 죽자 제 친구들-모두 종교가 없었어요.-은 전부 이 비극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어요. 그래선지 저를 슬슬 피하더군요. 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우울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잘 알지도 못하는 이웃이 저희 집을 찾아왔어요. 그녀는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면서 아들을 잃은 제가 너무 안쓰러워서 저를 위해 기도를 해 주고 있다고 말했어요. 교회의 여성신자그룹에 초대도 하고요. 가 봤더니 다들 너무 친절하고 따뜻했어요. 마음을 열고 저를 맞아 주고 저의 아픔에도 공감해 주셨죠. 그래서 몇 달 동안 이 모임에 나갔습니다.
-284p
이 책에서는 무종교자들이 이겨낼 수 있는 점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반대로 이겨낼 수 없는 점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겨내려면 종교자들이 갖고 있는 따뜻하고 헌신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신자들의 보살핌 속에서도 종교가 구원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을 믿지 않아도 된다고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고마운 것이다. 앞으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무종교자임에도 전통을 함께 할 겁니다. 가족의 추억을 위해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설치하고, 저는 산타 코스튬을 할 겁니다. 구운 계란을 먹고, 아이에게 선물을 줄 겁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절에 가서 합장해 볼 겁니다. 하지만 강제로 이행하진 않을 겁니다. 이 모든 것들이 나와 가족이 좋자고 하는 것이지, 종교를 갖자고 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시간 이후로 종교를 결코 비난하지 않을 겁니다.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교회 팜플릿과 건빵, 물티슈를 조용히 받을 겁니다. 모금 활동은 제가 여유가 될 때 하고, 각박하면 안 할 겁니다. 문을 두드리는 전도사가 또 온다면 가볍게 반겨주고, 두세 번 문을 두드리며 강요한다면 단호하게 거절할 것입니다. 때에 따라 믿음이 필요하다면 스스로 찾아갈 것입니다. 제 아들에게도 와이프에게도 이 뜻이 전해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만약 아들이 전도에 따른 믿음 말고 정말로 어떤 종교를 믿고 싶다면, 저는 나설 수 있는 최대한으로 종교의 다양함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아들의 기분을 묻고 장단점을 함께 이야기할 것입니다. 물론, 저도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에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아들의 입장도 존중할 겁니다.
- 첫번째 리뷰를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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