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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좋은부모 육아

비폭력대화, 요즘 '기린 언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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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대화에 관한 이 책은 수많은 가능성 중 한 가지일 뿐이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실제로 적용해 보기 바란다. 사랑, 유대감, 이해, 따뜻함, 신뢰, 상호 존중, 자유, 공동 관심, 재미, 존경심 등으로 가득한 아이와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내 가정, 내 자신, 내 사고방식에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는지 찾아보기를 바란다. 
-서문에서

근래에 내 맨털이 터진 적이 있었다. 문화센터에서 나와 놀지 않고 뭐든지 안 하겠다고 아들이 이리저리 나를 피해 다녔다. 돌 때부터 줄 곧 나와 함께 했던 문화센터이고, 선생님과도 유대관계가 깊은데, 대근육 활동과 같은 놀이들을 전부다 하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몇 달 전부터 계속 새로운 것들은 시도해보지 않으려 했고, 아빠인 내가 직접 나서는 척하면 못마땅한 척 시도하거나, 거부를 끝내 하다가 결국 아빠 손에 이끌려 한 번 하는 척했다. 그러다 결국 내가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것이다. 

 

그 날 이후로 아들에게 뭘 해보자고 시도하지 않았다. 내 뚜껑이 열린 것이다. 더 이상 아들에게 새로운 것을 주고 싶지 않았으며, 내키지 않는 것을 아빠인 나도 강제로 시키고 싶지 않았다. 애원하고 빌며 해봤자 아들도 재미없었고, 나도 선생님 보는 앞에서 시근땀이 났다. 그 여파는 집에서도 계속됐다. 더 이상 아들과 놀고 싶지 않아 진 것이다. '네 맘대로 해. 아빠는 설거지나 할 거고, 도와줄 거 있으면 불러.' 그래 놓고 책도 읽고 설거지도 하고 방도 닦았다. 아들과의 놀이를 절단한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해보자는 아빠가 없어진 아들의 생활은 얄밉게도. 좋아 보였다. 

 

자기 애착적 아빠.

내 아들은 발달이 조금 늦었다. 와이프는 아이를 노심초사 걱정하면서 키웠다. 아이가 데굴데굴 구르다가 벽에 박으면 소리를 질렀으며, 이리 가지 말고 저리 가라고, 이건 만지면 안 되고 저것도 만지면 안 된다고 소리를 쳤다. 어찌나 아이를 잡 아재 꼈는지 우리 집에 음식이 묻은 턱받이가 하나도 없었다. 아이의 발달을 위해선 놔둬야 하는 법도 있거늘 우리는 항상 아이가 다칠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해서 또래 아이들보다 늦게 걷기 시작했고, 그나마 걷는 것도 문화센터에 다녀서인데, 센터에 직접 나가 다니면서 이상한 행동이 생겼다. 나는 선생님과 주변인에게 '좋은 아빠'로 꾸밈받고 싶어했고, 그렇게 되고 있었지만, 집에서는 아이에게 뽀로로나 틀어주며 방치하는 아빠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사실 집안일 한다고 영상 몇 번 틀어준 것이었는데 되돌아보니 그렇다. 밖에선 그렇게 아이에게 살가울 수 없는데, 집에와서는 아이를 쳐다도 안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니 등에서 소름이 올랐다. 내가 이랬다니. 

 

아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밖에 나가면 아들은 아빠가 자신보다 다른 형들, 누나들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면 정성스레 대답을 해주는 편인데, 그것이 시샘이 나는지 그때마다 아들은 나를 더욱 찾으며 질문을 퍼붓는다. 평소에는 아빠를 거들떠도 안 보더니, 소유욕이 생기나 본데, 집에 돌아와선 글쎄. 그 정도는 아니다. 

 

상황이 심각해짐을 깨닫고 나는 <내 아이를 위한 비폭력 대화>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오래전에 샀던 책이므로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많은 책이었다. 이를테면 이 책에서는 방 안에서 아이가 시끄럽게 소리 지르며 장난감을 치우지 않는 행동에 관해서 "이 방 안에 있자니 귀가 아프구나. 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너와 함께 놀고 싶으니까, 여기 앉아서 어떻게 하면 다 같이 즐겁게 놀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라고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줄 곧 말하다가 한계에 도달하면 "그만! 난 모두가 만족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 우리 함께 이야기 좀 하자!"라고 말하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된다.

 

 

요즘이고 옛날이고 나중에고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부모가 있을까. 이 책에서는 '기린'과 같은 마음가짐을 지니라고 주장한다. 

기린은 목이 길기 때문에 주위를 두루 내려다볼 수 있다. 즉,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늘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기린은 큰 심장을 가진 동물이다. 그래서 기린은 '마음으로 소통하는 사람'을 상징한다. 기린은 기린 언어로 자신의 욕구나 느낌과 소통하며, 다른 사람의 욕수와 느낌을 파악해 그 사람과 소통한다. 기린은 모든 정보를 자신의 가치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다시 말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욕구  충족에 도움을 주는지 검토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욕구 충족에 더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는다. 기린은 도덕주의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 

 

원칙적이며 믿음을 주는 대화방법.

만일 내 아이가 새로운 기관에 입학, 또는 전학을 가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아이에게는 엄청난 도전일 수 있다. 물론 부모 또한 가슴 뒤 기는 마찬가지다. 부모 곁을 떠나서 잘 지내고 있는지, 괴롭힘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도전에 대해 자녀 또한 마찬가지다. 그곳에서 힘들지 않았는지 물으면 당연히 힘들다고 할 것이다. 다음날에는 온갖 가지 않아야 할 이유를 거짓말을 포함하여 늘어놓기 시작할 것이며, 부모 또한 점점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끝내 그것이 현실이라고 믿기도 할 것이다. 거기에서부터 사실 갈등이 생긴다. 그러나 이런 경우의 수 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녀, 그러니까 당사자 본인의 욕구가 충족이 될 때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당사자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아이는 그전부터 아빠나 엄마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욕심부터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적용하기 어려운 대화법.

노력할 순 있겠지만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방을 어지럽힌 아이에게 "아빠는 다음 놀이를 할 때 장난감을 정리하고 다음 놀이를 했으면 좋겠어, 공간이 생기니가 더 재미있거든."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냥 내가 치우는 게 훨씬 빠르고 편하다. "이제는 혼자 할 수 있어, 신발 신는 것이 어려우면 도움을 요청해. 아빠는 아들이 혼자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단다." 보다는 물끄러미 치켜보는 게 편하다. 대화를 적용시키긴 어렵겠지만, 어떤 마음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만 알면 비폭력대화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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