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행운버거와 맥도날드화. 아쉬운 맥머핀.

반응형

아내가 휴일인 오늘. 갑자기 나를 밖으로 내쫓았다. 그냥 나가라고. 내 아침점심밥은 걱정말고 나가서 바람좀 쐬고 오라고. 그러는 아내에게 나는 짜파게티 하나만 먹고 나가겠다고 했으나, 등을 떠밀면서 나가서 햄버거 먹고 놀고 오란다. 집정리는 자신이 하겠다며.

이렇게 고마울수가. 텅빈 하늘이 내 시간 같은 오전이다. 하늘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나 이래도 되는건가. 그냥 놀아도 되는건가. 그렇게 나는 햄버거를 먹으러 왔다.

10시가 아직 안된 시각. 집에서 1Km는 걸어야 맥도날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맥도날드는 거리적 부담감에 방문 할 수 없었고, 오래전 맥도날드의 먹거리 이슈는 아내에게 굉장히 안좋게 인식되어 있어 딜리버리도 잘 안시킨다.

소시지 애그 맥머핀 세트 4,000원+ 아메리카노 +500.



아침메뉴라서... 너무 아쉬웠다. 맥머핀을 주문하고 보니 주문 중에 10:30분을 넘겼는데, 그사이에 매뉴판이 바뀌면서 햄버거들이 줄지어 전광판을 비췄다. 이런... 취소하고 싶었다. 새해만 되면 늘 먹던 행운버거가 먹고 싶었다.

행운버거는 늘 존재가 없다. 결혼하기전에는, 지나가다보면 늘 추운날씨에 행운버거가 '매운맛'과 '불고기맛'을 홍보하고 있었고, 그냥 한 번 쯤 먹는 심심한 메뉴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행운버거가 너무 먹고 싶다. 연말연초에 컬리후라이와 꼭 먹어야하는 메뉴인 것만 같았다. 꼭 '먹어야만 하는'것으로 바뀐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새해를 미지근하게 보냈던 것 때문이리라. 그저 일상생활에 치이느라, 아이 선물 싸고 산타 코스튬하고 겨울방학을 준비하고. 떡국 끓이고, 잡채 하느라. 새해 기분을 조금 놓친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새해 느낌을 홀로 못 느껴 본 것이다.

조금 서글프지만 어쩌겠는가. 이대로 나는 새해를 잊고, 나이도 잊고 열심히 살아가겠지 싶었다.

노명우<세상물정의 사회학>

출입문 근처에서 맥머핀을 먹는데, 흑인 남성이 맥봉지를 들고 콜라를 출렁이며 나간다. 언제 어디서든 맥도날드만 있으면 메뉴에 대한 고민 없이 안전하게 음식을 선택할 수 있어서. 그래서 오히려 선택의 폭이 한정되고, 모든 지구인이 맥도날드 앞에서 맥도날드화 된다는 <세상물정의 사회학>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반응형

댓글